국제유가와 국제 농산물가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국내 생활물가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안 오르는 게 없다.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10년만에 최고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3%나 올랐다. 1998년 11월(36.9%)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유(40.7%), 등유(46.4%)의 상승률은 아찔하다. 취사용 LPG(28.1%), 자동차 LPG(22.9%), 휘발유(16.3%)가격의 상승폭도 크다.
5월의 전체 소비자물가(전년 동월 대비)는 약 7년 만에 최고치인 4.9%다. 이중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품목으로 이뤄진 생활물가지수의 상승폭은 5.9%로 그만큼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더욱 심각하다.
밀가루 값은 전년 동월보다 66.1%나 폭등했고, 밀가루를 재료로 쓰는 빵, 스낵과자, 라면 등도 각각 16.4%,16.0%,14.4%씩 급등했다. 파(43.0%), 감자(36.9%), 양파(19.0%), 달걀(21.9%), 두부(17.1%), 콩나물(11.3%) 등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식료품도 선뜻 고르기가 겁난다. 돼지고기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여파로 24.7%나 뛰었다. 목욕료(7.8%), 이미용료(4.9%), 쓰레기 봉투료(5.7%), 세제(8.7%), 화장지(6.7%) 등 개인서비스와 실생활용품의 가격 상승도 뒤지지 않는다.
사교육비는 어떤가. 학원비(6.0%), 유치원 등 납입금(6.7%) 상승 역시 가계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유가, 원자재, 곡물 등의 수입물가 상승→ 공산품의 가공원료, 사료 등의 가격 상승 → 이미용, 외식 등 서비스 가격 상승’이란 물가의 ‘악순환 상승고리’가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문제는 아직 오를 만큼 다 오르지 않았다는 점. 특히 정부가 언제까지 공공물가를 강제로 묶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상반기에 동결된 전기요금은 올 하반기중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발전연료인 유연탄 가격이 2배 가량 폭등하고, 원유 가격 상승으로 한국전력이 올 1ㆍ4분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인데 지식경제부는 이미 ‘두자리수 인상 불가피’를 선언했다.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기료마저 인상될 경우 생활물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 같다.
도시가스, 철도, 고속버스, 지하철, 시내버스, 택시업계 역시 급등한 연료비로 인해 요금인상을 저울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서울시는 5일 버스, 지하철, 택시, 상수도, 하수도, 도시가스 등 6대 지방 공공요금을 겨우 동결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지출을 늘려 손해를 흡수하는 등 동결을 위한 희생이 뒤따랐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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