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 짐 매케이가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TV 방송에 스포츠 캐스터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선구자인 매케이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범들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인질로 잡았다가 살해하자 “그들 모두 죽었다(They're all gone)”라는 말로 뉴스 첫 멘트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AP 통신에 따르면 매케이는 7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의 몽크턴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매케이는 배드민턴에서 스케이팅 통나무뛰어넘기 경기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목의 경기를 해박하고 능숙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을 ABC스포츠의 ‘와일드 월드 오브 스포츠(Wide World of Sports)’에 끌어 모았다. 그는 자신의 대표적인 프로인 ‘와일드 월드~’에서 ‘승리의 전율과 패배의 고뇌’를 전해 시청자를 열광시켰다.
매케이는 팔레스타인의 ‘검은 9월단’이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 난입, 이스라엘 선수 2명 사살하고 다른 9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시작했을 당시 비번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가 전면 중단되자 매케이는 수영복 위에 겉옷을 걸친 채 급히 스튜디오에 불려나가 앵커로서 인질 사태의 전과정을 전했다.
이스라엘 선수들을 구출하기 위한 특공대의 급습작전은 결국 인질 전원 사망이라는 참사로 막을 내렸다.
뮌헨 올림픽 폐막식을 중계하면서 매케이는 A.E.하우스먼의 시 ‘너무 일찍 죽은 한 선수에게(To an Athlete Dying Young)’를 읊어 전세계 시청자를 울렸다.
매케이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감정이 풍부한 편이라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프로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순간을 제대로 전달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매케이의 부음을 접하고 “1972년 올림픽을 방송하는 동안 그가 선보인 진행 솜씨와 감수성은 탁월했다”며 “재치있고 설득력있는 언론인이자 스토리텔러인 그의 특별한 선물은 시청자들이 승패이상의 것에 관심을 갖도록 해준 것”이라고 애도했다.
61년 처음 등장한 ‘와일드 월드~’는 ABC 스포츠를 최고로 만드는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오기 이전 시청자들은 매케이가 다룬 경기를 보려고 TV 앞으로 몰려 들었다.
매케이는 취재를 위해 40개국 720만km를 돌아다녔다. 매케이가 NBC에서 ABC로 자리를 옮기자 ABC의 올리지 사장은 특히 그를 아꼈다.
올리지 사장은 “어떤 사람은 소리를 치지 않은 채 극적인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짐은 그런 언어 감각으로 극적인 순간을 표현할 줄 알았다”고 극찬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는 7일 경기에 들어가기 앞서 매케이를 추모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한 매케이의 본명은 제임스 맥매너스였고 신문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그는 유력지 볼티모어선이 방송국을 개설하면서 TV로 전향했고 3시간짜리 주말용 ‘스포츠 퍼레이드(The Sports Parade)’를 맡았다.
이후 뉴욕으로 진출한 그는 12번차례나 올림픽경기를 보도했으며 마지막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경기 현장을 지켰다.
ESPN과 ABC 스포츠의 조지 보든하이머 사장은 매케이에 대해 ‘스포츠 TV의 아버지’라고 기렸다.
한성숙 기자 hans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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