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장마야?”
6월 여름 문턱에 들어섰지만 쾌청한 하늘을 보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잠잠한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비를 퍼붓는다. 때아닌 우박이 떨어지기도 하고, 한 밤 중에 천둥과 번개가 요동을 칠 때도 있다. 이런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패턴이 최근 일주일 새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기상청에는 “장마가 벌써 시작됐느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장마는 보통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에 걸쳐 고온다습한 열대기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비교적 많은 비를 뿌리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장마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변덕스러운 날씨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기상청은 한반도 주변의 불안정한 대기 상태를 원인으로 꼽는다. 윤원태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최근의 국지성 호우는 한반도 상층부에 머물고 있는 찬 공기층이 하층부의 따뜻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은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공기의 흐름이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북동쪽에 위치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부근은 저지고기압(이동 없이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고기압)이 상습적으로 발달해 있다. 즉 차가운 공기가 저지고기압에 가로막혀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고 불안정한 대기층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기상청이 장마 종료 시점을 예보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8월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지만, 최근 몇 년간 통계를 보면 2004년 317.0mm, 2005년 250.3mm, 2007년 213.9mm 등으로 장마기간에 버금가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1970년을 기준으로 이전 30년과 이후 30년을 비교해 봐도 8월 평균 강수량은 220mm에서 307mm로 4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우기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장마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날씨 특징인데 중국 양쯔강(揚子江) 유역이나 일본 남부 지방처럼 점차 아열대 기후 형태를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초순부터 비가 계속되는 것이나, 8월 강수량이 증가한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여름 내내 비가 지속되는 아열대 지방의 강수 패턴을 좇아가는 형국이다. 허 교수는 “큰 틀에서 홍수, 가뭄 등과 마찬가지로 국지성 호우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긴 일종의 기상 이변 현상”이라며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아지면서 날씨 변덕도 심해져 예보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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