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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증없는 '자율규제' 실효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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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증없는 '자율규제' 실효 의문

입력
2008.06.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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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민간 자율 수출입 중단이라는 해법을 내놓은 정부가 또다시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부의 보증 없는 대책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 요청에 대해 미측이 ‘예스’라는 답을 줘야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5일 “30개월 이상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검역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ㆍ미 양국의 쇠고기 수출입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거래하지 않는 시스템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4월의 쇠고기 협상 결과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우려로 들끓는 민심의 사이에 끼어 운신의 폭이 좁은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이다.

정부의 구상은 ‘한ㆍ미 양국의 민간 업체간 자율 협의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한국 수출용 쇠고기에 30개월 미만/이상 월령(나이)을 표시하겠다는 미국 수출업계의 결의→국내 수입육 업계의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결의→미국 업계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3단계로 전개되는, 민간 자율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3단계 조치 중 1,2단계는 순조롭게 진척되고 있다. 타이슨푸드, 카길 등 미국의 5개 메이저 축산업체가 120일 시한을 조건으로 월령 구분 표시 방침을 밝혔고, 국내에서도 70여개 업체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자율 결의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입육협의회 관계자는 “미측 업계와도 협의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수출업체들이 쇠고기에 월령표시를 하고, 한국 수입업체들이 30개월 미만만 수입하면, 실질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제3국과의 통상마찰 우려 등 국제통상질서를 의식해, 공식 개입하는 모양새를 피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모순이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는 여론을 가라앉히려면 정부가 성과를 내야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민간에 완전히 공을 넘겨야 한는 상황이다. 적어도 모양새는 ‘정부의 개입 없는, 민간의 자율 협의 방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애초부터 양국 정부 차원의 협정 체결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우려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고 국제 규범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민간이 추진하고, 양국 정부는 민간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하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간레벨로 갈수록 구속력이 떨어져 효과가 담보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최종 결과는 민간 자율의 합의인데,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절대로 거래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만약 30개월이상 소고기가 들어올 경우, 민간자율 결의인데 정부가 제재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도 “자율 결의를 어기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여온 업체를 제재할 경우 행정소송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소고기가 유통되는 것을 정부가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실효성면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고육책일 수 밖에 없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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