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최근 “이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 주변의 권력암투 성격이 있지만, 쇠고기 파동 이후 일고 있는 인적 쇄신론과 맞물리면서 폭발력을 키우는 형국이다.
특히 시중에 공공기관장이나 정부 산하단체장 인선에서 정 의원이 지목한 인사들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퍼지고 있어 단순히 권력투쟁으로만 일축하기에는 심각한 측면도 있다.
정 의원은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A수석과 B, C비서관, D국회의원을 ‘국정난맥상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정 의원은 주 타깃을 B비서관에게 맞추고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이간질 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명수”라고 공격했다.
정 의원은 A수석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정작 2인자 행세를 하는 민비 같은 존재”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그리고는 D의원을 A수석, BㆍC비서관의 배후로 묘사했다.“D의원은 어떤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의원이 지목한 청와대 인사 A B C는 각각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 비서관이며 D의원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실장, 박ㆍ장 비서관 모두 이 의원 계보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중앙선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는 “박 비서관이 제일 문제다.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실명을 들어 공격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4월 총선 전 이상득 의원 불출마를 요구한‘55인 선언’의 2탄 격이다. 이런 갈등은 대통령직 인수위 후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인수위 등 각종 인선 작업을 주도했던 정 의원이 내각 인선 작업에서 밀려나면서 갈등이 고개를 들었다. 대신 류 실장, 박 비서관이 조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
정 의원은 당시 자신이 밀려난 이유에 대해 “제가 다음 대통령 되려고 자기 사람 심는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득계가 자신을 음해했고,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인사작업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상득계와 정 의원간에 골이 파지기 시작했다.
안으로 곪아가던 갈등이 처음 불거진 게 55인 선언이었다. 당시 선언은 이상득계를 겨냥한 ‘이재오+정두언 연합군의 쿠데타’였다. 하지만 실패했다. 결국 여권의 무게추는 총선 이후 급격히 이상득계 쪽으로 기울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대표론’이 기정사실화하는 게 한 단면이다.
정 의원 발언에 대한 당내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정신 나간 소리다. 다같이 반성해야 할 시점에 대통령의 제일 측근으로서 할 소리가 아니다. 지금이 권력 다툼이나 하고 있을 때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몇몇 수도권 의원들은 “정 의원의 발언을 권력투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청와대 쇄신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사를 몇 사람이 좌지우지해서는 갈등과 실패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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