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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중대 국면/ 시민단체 "재협상처럼 보이려는 꼼수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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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중대 국면/ 시민단체 "재협상처럼 보이려는 꼼수 아니냐"

입력
2008.06.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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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려던 정부가 거센 비난 여론에 밀려 결국 미국 측에 월령(月齡)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요청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면 재협상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조치는 사실상 미측에 재협상을 제안한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 모임이 참여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언제까지’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국민 기만 행위”라고 평가절하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팀장은 “정부 발표를 보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한시적으로’ 요구한 것인지, ‘영구적으로’ 요구한 것인지 명확치 않다”며 “영구적 요청이라면 국민에게 알리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결국 수입 시기만 잠시 늦추는 것일 뿐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될 것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영구적 수입 금지와 함께 미국과의 전면 재협상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조건 합의서의 수정을 원한다면 현재의 장관 고시를 완전 철회하고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들은 정부 발표가 변명거리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회사원 배모(35)씨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재협상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인지, 추후 ‘미국에 이런 요구까지 하는 등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언급하지 않은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은 “30개월 미만은 뼈를 비롯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모두 수입하겠다는 말이냐”며 “정부 발표는 월령에 상관없이 광우병이 우려되는 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고,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등 검역조건을 강화라는 국민적 요구를 애써 외면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가 한달 동안 촛불집회를 통해 전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답변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회사원 정모(29)씨는 “정부가 이제야 어느 정도 민심을 읽고 있다”며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권모(31)씨는 “한달을 넘긴 촛불집회로 정부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텐데 늦지 않게 해법을 들고 나왔다”며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보수 성향 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나돌아 건강권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았는데 미국에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바람직하다”며 “미국과의 실무급 재논의를 추진해 국민들이 바라는 안전장치를 모두 관철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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