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년 2월 서울 을지로 지하쇼핑센터. 서울시 산하 시설관리공단이 ‘내 고향 특산물 장터’ 개장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대거 참석했으며, “전국의 특산물을 모두 유치해 국내 최대의 ‘시골 장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2. 2008년 6월 을지로 지하쇼핑센터. 6개월 전 ‘내 고향 특산물 장터’에 입점한 한 지역 농협 관계자들이 폐업을 위해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흥정과 거래가 있어야 할 장터의 모습은 오 간데 없이 빈 점포들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농협 관계자는 “하루 매출이 7만원이 채 안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결국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지하상가 활성화와 도ㆍ농 간 교류 확대, 지역특산물 홍보 등을 위해 시설관리공단이 조성한 ‘내 고향 특산물 장터’가 개장 3년 만에 파장 분위기다. 시와 공단의 홍보 부족 등으로 시민 발길이 끊기다시피 해 전국 지자체마다 특산물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는데다, 현재 남아 있는 점포마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지하보도의 여유공간 등을 활용해 2005년 을지로 및 서울광장 지하쇼핑센터 내에 들어선 특산물 장터는 개장 당시 을지로 16곳, 서울광장 2곳 등 모두 18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을지로에 전남 영광, 전북 정읍ㆍ고창, 경기 양평, 경남 하동, 충남 금산 등 6곳과 서울광장에 경남 사천ㆍ함양 2곳 등 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개장 당시보다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남아 있는 장터 점포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개장 때부터 문을 열었던 한 지역 농협 관계자는 “한때 명절이 낀 달에는 가게마다 월 매출이 많게는 1,000만원을 넘기기도 했었다”면서 “지금은 공단측에 내는 관리비 월 80만원과 인건비를 제외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이처럼 장터가 고사위기에 몰린 것은 무엇보다 지상에 횡단보도가 놓이면서 지하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시와 공단이 더 이상 홍보에 관심을 갖지 않은 데다 얼마 전부터 노숙자들의 차지가 된 것도 원인이다.
점포 관계자는 “여기 제품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보다 훨씬 저렴한데도 홍보가 제대로 안되다 보니 찾는 사람이 없다”며 “시에서 내년 1월부터 ‘인터넷 농산물 직거래 시스템’을 운영키로 한 만큼 장터에도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지하상가를 운영하는 공단 관계자는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지만 솔직히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김응서인턴기자(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