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수의 진을 쳤다. 3일 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정부로서는 더 이상의 퇴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미 측의 자율적인 수출중단부터 재협상 추진까지 모든 경우의 수에 가능성을 열고 있다. 그중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안은 미국의 자율수출규제(VER)이다. 정부는 미 육류수출업체들이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한국에 수출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4월 18일 타결된 한미쇠고기협상에서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손대지 않으면서 논란이 많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판단에서다. 양국의 합의 결과를 무효화하는 재협상은 말할 것도 없이 검역주권과 관련한 추가협의와 같은 또 다른 추가협의도 피해가고 싶은 게 정부의 속사정이다.
미 측이 수출중단을 결정한다고 해도 갈 길은 멀다. 자율 수출중단은 조건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등한 여론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쇠고기 연령 제한과 관련, 미측이 동물성사료금지 강화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에 맞춰 풀어주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협상 과정에서 공포 시점으로 양보해버렸다.
미 축산업계가 당장은 거센 우리 소비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한국 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 30개월 이상 수출 중단에 응할 수는 있다. 다만 강화된 사료조치의 이행 시점(내년 4월)으로 시한을 걸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업계의 자율 수출중단 결의만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 내 우려와 반발을 잠재우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미 축산업계가 우리의 수출중단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율수출규제를 포함해 30개월 이상 수출을 중단할 수 있는 방안을 미국쪽에 요청했다”며 “아직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슨푸드, 카길미트솔루션 등 미 축산업체들은 2일 한국 수출 쇠고기에 대해 30개월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120일간 월령(나이)을 표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우리 정부의 요청에 대한 답변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만약 미 측이 자율 수출중단 요청을 거부할 경우, 우리 정부의 행동반경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30개월이상 쇠고기의 수입 제한과 관련, 미 측으로부터 ‘예스’라는 답을 얻기 전까지, 수입위생조건의 고시는 어렵다”고 말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자율수출규제를 통한 해결이 어려워진다면, 정부로서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단 고시를 강행한 뒤 ‘검역주권’을 통해 수입 검역단계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통상마찰을 각오해야 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 경우 정부는 재협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양국 합의를 완전히 무효화하는 전면 재협상이 아니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문제에 국한된 부분적인 협상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재협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등 재협상에 부정적인 미국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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