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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의 고민

입력
2008.06.0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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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통합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야당에게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지만 지난 한 달 간 민주당은 좌고우면의 연속이었다. 결국 지지율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무기력한 상황에 봉착했다.

민주당은 애초 쇠고기 정국을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돌파한다는 생각이었다. 우선 헌법소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무효화를 꾀했다. 또 원내에서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과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등으로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그리고 이 달 초부터는 당원 동원 규탄집회와 촛불집회 동참 등 장외투쟁에도 나섰다.

하지만 원내ㆍ장외 병행투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은 “국회 개원 발목잡기”라고 비난하고, 시민사회와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뒷북 때리기”라고 지적을 받았다.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어정쩡하다” “도대체 시민과 정부 사이에 야당이 안 보인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대적으로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반응도 시원치 않고 내부 호응도 미흡하다. 개혁그룹이 18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하면서 당이 중도,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됐고, 당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장외투쟁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1일 시청 앞 촛불집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발언권도 얻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대충 사진이나 찍고 가려면 여기에 나오지도 말라”는 시민의 핀잔도 들어야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제기한 배후 논쟁에 휘말릴까 그동안 촛불집회와 거리를 뒀던 민주당의 업보였다. 거리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매일 연행됐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경찰서를 항의 방문한 것도 한 차례에 그쳤다. 한 재선 의원은 “야당이 주력으로 활동했던 1987년 만큼은 안 되더라도 이슈를 선도하면서 최소한 시민들이 공권력에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챙기는 모습은 보여야 했다”고 자책했다.

원내 투쟁도 힘이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의석이 81석에 불과해 독자적으로 결의안이나 법안을 통과시킬 힘이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5일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자니 18대 국회 초반 일정을 파행으로 이끌었다는 비난을 살 수 있고, 개원식에 참석할 경우 대여 투쟁 동력이 소진될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이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18대 첫 의원총회는 이런 고민이 반영된 자리였다. 3시간 동안 이어진 의총에서는 의원 23명이 발언에 나섰다. 갑론을박 끝에 쇠고기 재협상,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촉구에 의견을 모았고 장외투쟁에 힘을 더 싣기로 했다. 당내 소장 개혁그룹인 ‘개혁과 미래’ 모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3일 밤부터 촛불집회에 전면적으로 결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총 결론도 결국 강제력이 없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발언 의원 가운데 8 대 2 정도로 개원식 불참 의견이 많았음에도 이날 결론을 내지 못하고 4일 최고위원 회의로 공을 넘긴 것도 개원협상에 응할 수도 없고,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준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사진=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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