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자원 고갈로 인해 세계가 성장의 한계에 돌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발도상국의 급성장으로 에너지와 물,농산물 등은 공급 부족 상황이고, 몇 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치솟은 원자재 값도 조정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 성장에 필수적인 자원 공급도 소비를 못 따라가고 있고, 유가는 수급 불안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 혁신 속도도 더디다.
설상가상으로 세계는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은 지난해 12월 채택한 ‘포스트 2012’ 발리 로드맵에 의해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해야 할 상황이다. 자원 수급 부족 위기, 환경위기에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소비 추세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2년에서 2030년까지 원유 배럴 환산 기준으로 에너지 수요가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모든 에너지를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대체 에너지를 총동원하지 않으면 해결 불능이다.
세계 각국의 발걸음도 빠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새로운 에너지 원천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고, 그것들 중의 하나인 원자력 발전시설 또한 경쟁적으로 재구축하고 있다. 급속한 성장과 빠른 공업화를 경험하고 있는 개도국들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중국,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대만, 핀란드,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이란, 이집트, 태국 등 대부분의 개도국들이 원전 건설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들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물론 국내 원자력 발전기술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판단이다. 특히 원자력 산업과 관련하여 대형 상용원자로를 연간 2기씩 수출하면 향후 매년 총 5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원자력은 CO2를 방출하지 않아 1기를 건설할 때 연 700만t의 CO2 감축효과가 있고, 화석연료 수입 대체효과와 연료 확보의 상대적 안정으로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한다. 앞으로 원자력의 수출 산업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우리의 원전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고, 수출 경쟁력 또한 충분하다.
'원자력기술 수출지원단'의 연초 보고에 의하면, 지난 한 해 동안 원자력 분야 수출실적이 약 4억4,000만 달러로 2006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수출실적 호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 원천기술 보유국인 캐나다 원전 회사 브루스파워사에 원전 연료 취급계통 설계 개선을 통한 운영 및 정비 최적화 기술 자문에 착수했고, 한국전력기술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사와 원자력발전소 최신 노형인 AP1000 프로젝트 설계참여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천기술 보유국인 캐나다와 미국에 더욱 더 발전된 우리의 원전 기술을 역수출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쾌거이다.
더욱 더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앞으로도 추세의 급진적 변화가 없는 한 친환경적인 대체 에너지의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새로운 대체에너지 개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원자력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원자력은 이용 가능한 발전 수단 중 저탄소 배출의 유일한 발전원이고, 고유가 시대의 가장 저렴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더욱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원자력 발전은 그 어느 발전방법보다 안전하다. 우리의 원전기술 위상을 더욱 높여 명실 공히 첨단 원자력 기술국가로 진입해야 한다.
송인회 한국전력기술(KOPEC)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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