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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관 바꾼다고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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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장관 바꾼다고 될 일인가?

입력
2008.06.0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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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취임 100일 만에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나는 이 정부가 사고를 많이 치리라고 예상하였지만, 이렇게 위기가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 방송에서 ‘소통’을 게을리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물론 그런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그의 세계관과 인식에 있다.

예상보다 더 빨리 드러난 문제

한 마디로 이명박 정부가 국민 1%의 가치관과 출신 배경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민영화, 교육 자율화, 영어 몰입 교육, 한반도 대운하, 기업 규제 완화 등 모든 정책들이 한국 사회의 최상층에 유리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불리한 정책들이다. 물론 그 중에는 규제 완화와 같은 바람직한 정책들도 없지는 않으나, 그 또한 과도한 기업 편중의 문제를 보인다.

취임 초에 불거졌던 ‘고소영’이니 ‘강부자’니 하는 인사 문제들도 근본적으로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이런 가치관과 배경을 반영할 뿐이다. 그들은 ‘무능한 좌파’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그것은 매우 좁은 신자유주의 시장 이념에 입각한 편협한 정책 노선일 뿐이다.

이런 노선의 실체를 몰랐던 유권자들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혐오감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로 이명박과 한나라당에게 몰표를 주었지만, 그것은 열렬한 지지가 아니라 의심 반 기대 반의 지지였을 뿐이다. 그런 반신반의 유권자들이 인수위 시절부터 드러난 새 정부의 정체를 파악하는 순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쇠고기 파동은 그 절정을 이룬 사건이다. 정부가 이 파동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문제는 이어질 것이다. 정부가 세계관과 가치관과 행동 양태를 바꾸지 않는 한 국민들과의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소통도 중요하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소통을 말한다. ‘뭘 잘 모르는 국민’을 계도하여 이끌어 나가는 소통이 아니다.

문제는 대통령이나 집권세력의 사회적 ‘성분’이 상위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오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들이 지금껏 만나고 상대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 강남 부자로 대변되는 상위층 사람 또는 엘리트들이기 때문에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노무현 정부가 ‘비주류 저항인’이라는 성분 때문에 특정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태를 보인 것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한국 유권자들은 다른 방향으로 똑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어떤 사람인지 모를 사람을 지도자라고 뽑아야 하는 대중의 한계 말이다. 필자는 이 난에서 “뜨거운지 아닌지 기어이 손을 대보고야 말겠다는 유권자를 말릴 수 없다”고 쓴 적이 있다(07.12.13). 이제 국민들은 불이 뜨겁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세계관과 행동양식을 바꿔야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이제라도 사태의 본질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인식도 바꾸고 세계관도 바꾸고 행동 양식도 바꾸어야 한다. 물론 다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싫더라도 달성할 가치와 풀어야 할 과제가 다양함을 인식하고 조화와 통합의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준비가 덜 된 대통령이기는 하나, 국정 수행 과정에서 하나 둘씩 배워나가면 된다. 사회적 성분이나 이념이 고정되었더라도 타협과 협상을 통해 통합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선 쇠고기 재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썽 많은 한반도 대운하 계획도 접고 민생 안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장관 몇 명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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