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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기술에는 100%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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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기술에는 100%가 없다

입력
2008.06.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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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과학’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객관적인 것’, ‘정확한 것’, ‘정답’ 이라는 말들일 것이다. 비슷한 듯 다른 뜻을 담고 있는 저 말들 중 ‘객관적인 것’을 빼고는 모두 틀린 말이다. 모든 현상, 모든 물체의 정체를 100% 확실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자들이 사회 이슈에 대해 100% 명쾌한 답을 주기 바란다.그러나 예언가나 정치가들과 달리 과학자들은 100 % 확실하게 답하도록 훈련 받지 않았다.

과학은 그저 조금이라도 더 100% 가깝게 가기 위한 방법론이다. 주관을 철저히 배제하고 대상을 관찰하고 측정하여 얻은 데이터들로부터 논리적 추론과정을 거쳐 대상의 현상이나 정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이다. 이 방법론은 처음에 자연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과학하면 으레 자연과학을 떠올리지만, 최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면서 사회과학, 인문과학 등 과학의 범위가 넓어졌다.

사람의 능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취할 수 있는 데이터 또한 불완전하다. 따라서 그로부터 유추해 낸 과학적 결과 또한 100% 완전할 수가 없다. 다만 현재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그 어느 다른 접근방법보다 100 % 정확함에 가까운 답을 준다고 믿을 뿐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데이터들이 측정되어 나오고 대상 범위가 넓어지면 기존 이론은 수정되는 운명에 처한다. 17세기 뉴턴이 태양계의 운동을 거의 정확하게 기술하는 고전역학을 완성했을 때, 모든 물체의 운동이 결정되어 있다는 절대적 운명론적 우주론이 세상을 지배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면서 이 뉴턴역학은 일상 접하는 주변현상을 기술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우주적 스케일에서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나노 스케일에서는 양자역학으로 대체되어야 함이 밝혀졌다. 이 이론들이 앞으로 어떻게 수정될지 현재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이처럼 과학이론이라는 것은 항상 바뀌며 100% 확실한 것은 없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관찰과 계산, 논리적 추론에 의하여 추정하고 예측할 뿐, 절대 100% 이렇다! 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정하고 있는 측정표준 또한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정확한 값에 가장 근접하게 측정한 값’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측정표준은 절대값을 주지 않고 최상 추정치와 불확도를 함께 제공한다. 그러나 그 불확도는 백만분의 일, 혹은 수천만분의 일도 더 되므로 실제 상황에서 우리가 ’정확하다‘고 여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표준값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광우병이나 AI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이 절대적 결론을 내리지 않고 확률적으로만 결과를 예측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위험 속에 살고 있다. 곡류에는 비소 등의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국내에서 생산ㆍ유통되는 채소나 육류 생선에도 박테리아나 유해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정부나 과학자들은 그 위험을 통제 범위 내로 유지하려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우리나라 식품 유통 및 관리과정에 더욱 투명하고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과학계가 이끌어 나아가야 할 일이다. 광우병 발병 유전인자의 존재 유무와 그 위험성, AI의 감염 경로와 바이러스들의 존재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측정해 내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러한 현상에 대해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 과학계의 공통된 목표이자 우리 KRISS의 목표이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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