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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뮌헨, 첨탑들 古都 호위하듯… 묵직한 역사 묻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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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뮌헨, 첨탑들 古都 호위하듯… 묵직한 역사 묻어나다

입력
2008.06.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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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득한 구름이 뮌헨의 도심을 잔뜩 누르고 있었다. 도시를 감싸고 있을 알프스 능선은 구름에 가렸지만, 가지런한 지붕들 사이 뾰족 솟은 첨탑들의 풍경에서 묵직한 역사가 전해져 왔다.

독일에서 가장 큰 바바리아 주의 중심인 뮌헨.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3번째로 큰 이곳은 ‘독일의 정신적인 수도’라 자부하고 있다. 12세기 이후 독일에서 가장 화려한 궁정문화를 꽃피웠던 바바리아 왕국의 수도로 700여년간 번성했던 곳이다.

비텔스바흐 가문이 줄곧 바바리아 왕국을 이어온 덕에 특유의 전통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왕이 경호원 없이 거리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주민의 높은 충성심을 받았던 비텔스바흐 왕가에는 여인과 예술에 탐닉했던 왕들의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진다.

나치가 처음 준동한 곳이 이곳 뮌헨이고, 그 나치를 향해 최초의 저항조직이 일어선 곳도 뮌헨이다. 1970, 80년대 한국 대학생들의 필독도서의 하나였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원제 ‘백장미’)의 ‘백장미단’이 그 주인공이다. 뮌헨은 인구는 130만명이지만 매년 그 몇배가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관광지다.

뮌헨 역사 응축된 마리엔 광장

뮌헨 관광의 중심은 구도심의 마리엔 광장. 광장 한가운데 높다란 기둥 위에 금빛의 마리아 상이 조각돼 있다. 광장에 긴 그림자를 드리운 큰 건물은 뮌헨 시청사. 쾰른 대성당을 보듯 뾰족뾰족하게 장식된 네오고딕 식의 건물이다. 마리엔 광장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전11시와 낮12시, 오후 5시 즈음이다.

시청사 시계탑에서의 종악, ‘글로켄스피엘’을 보기 위해서다. 익살맞은 표정의 인형들이 춤을 추며 돌아가고 대공의 결혼식을 위해 열렸던 기사의 마상 대결 모습도 연출된다.

이 시청사가 세워진 것은 1867년. 광장 입구에는 이보다 400년 더 오래된 구청사가 있다. 8개의 벽면에 모두 시계를 달고 있는 건물이다. 2차대전 때 포격에 무너진 후 지금의 산뜻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청사 뒤편 2개의 둥근 모양의 탑이 있는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은 프라우엔키르헤(성모교회). 뮌헨의 상징이다. 북탑과 남탑의 높이는 99m와 100m로 다르지만 땅에서는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뮌헨 시민들은 이 교회 건물이 남아있으면 뮌헨은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그 염원 때문인지 2차대전 당시의 폭격에서도 이 건물은 온존할 수 있었다. 시는 구도심에서 가장 높은 이 교회보다 더 높은 건물의 신축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광장 인근의 레지던츠는 385년부터 1918년까지 비텔스바흐 왕가가 바바리아를 통치했던 왕궁이다. 뮌헨의 문화와 예술이 응축돼 있는 곳이다. 500여년 증축을 거듭하다보니 7개의 안뜰을 가진 복잡한 구조가 됐다. 이곳의 공개된 방은 모두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미로처럼 이어진 왕실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황금내벽과 고대 조각이 줄지어 있는 안티쿠아리움과, 왕가 121명의 초상화가 있는 선대 갤러리. 보물박물관은 알라딘의 동굴과 같은 곳이다. 휘황찬란한 보물들이 가득하다. 손톱만한 보석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는 왕관이나 나폴레옹이 찼던 보검 등이 시선을 잡아 끈다.

‘님프들의 성’과 ‘미인 갤러리’

스바빙 지역의 ‘잉글리쉬 가든’은 거대한 초록의 세상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영국의 하이드파크보다 큰 공원이다. 울창한 숲과 호수, 넓은 잔디밭 등 뮌헨 시민들의 아늑한 휴식처다. 여름철 햇볕 좋은 날에는 토플리스 차림의 선탠족들이 이곳 잔디밭을 가득 메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시 외곽의 님펜부르크 성은 1748년에 지어진 비텔스바흐 왕가의 여름 별장이다. ‘님프들의 성’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이 성은 천장이고 벽이고 온통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하이라이트는 본관 왼쪽의 ‘미인 갤러리’. 36명의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화로만 채워져 있는 방이다. 모두 여성 편력이 심했던 루드비히 1세(1786~1868)의 여인들이다. 왕은 구두수선공의 딸이든 댄서이든 신분을 가리지 않고 예쁜 여성들을 만났다고 한다.

그는 결국 이 방 초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로라 몬테츠라는 여인에 푹 빠져 궁정 재산을 탕진했고 국민에 의해 내쫓기고 말았다. 성 앞의 곧게 뻗은 운하는 겨울이면 아이스링크로 변신해 스케이팅과 아이스볼링 등 시민들에게 재밋거리를 선물한다.

뮌헨=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맥주의 본고장서 기분좋게 한잔 여독 싹~

맥주의 메카 뮌헨

독일인들은 맥주를 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이 식사 때 와인을 곁들이는 것 이상으로 맥주를 물이나 차처럼 마시며 가까이한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는 맥주를 생산하는 브로이가 1,200여개 있다고 한다. 그 중 절반이 뮌헨이 주도인 바바리아에 있다. 세계적인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뮌헨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맥주집 호프브로이하우스가 있다.

매년 9월말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는 700만명이 찾는 대축제. 보름의 축제 기간 동안 600만 리터의 맥주, 50만 마리의 닭이 팔려나간다. 축제가 떨구는 수익은 무려 2,000억원이다.

이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를 언제나 접할 수 있는 곳이 호프브로이하우스다. 400년이 넘는 전통에 좌석 수만 3,600개에 달하는 맥주집이다. 옥토버페스트의 축소판이 매일 이곳에서 열린다. 오전 10시부터 맥주를 팔기 시작하는 이곳에선 다채로운 민속공연으로 흥겨움이 지속된다. 관광객들은 그 리듬에 맞춰 함께 취하고, 함께 춤을 추며 '맥주의 메카' 뮌헨을 음미한다.

뮌헨 사람들은 툭 터진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날씨가 추워도 밖에 나와 담요를 두르고 맥주를 들이켠다. 뮌헨의 길거리나 공원에는 야외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비어 가든'이 수두룩하다. 가장 유명한 곳은 잉글리쉬 가든 안의 중국탑 아래다. 수백명이 함께 초록의 그늘 아래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새만 그리는 화가 '버드맨'

뮌헨에서 차로 1시간 30분을 가면 알프스다. 그 알프스로 이어지는 길목의 바드?즈는 바바리아의 전통이 온전히 남아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매년 11월 6일 열리는 '레온하르드'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눈 덮인 산자락과 조용히 흐르는 이자르 강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집마다 그려진 각양각색의 벽화가 마을의 특징이다.

바드?즈의 조용한 전원 한곳에 '버드맨'이라 불리는 화가 한스 랑그너(44)가 살고있다. 농가를 빌려 홀로 살면서 오로지 새 그림만 그리고 사는 화가다. 그가 거주하는 목조주택은 온통 새 그림으로 도배됐다.

그는 "홍콩에서 온몸에 깃털을 달고 새의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한 후 '버드맨'이란 별명이 붙었고, 그걸 계기로 새 그림만 그리게 됐다"고 했다. 그의 손을 거치면 슬리퍼도 새가 되고, 철제 계단도 앙증맞은 펭귄으로 태어난다.

박물관 같은 그의 집을 둘러보고 인생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비용은 20유로. 바드 퇼 즈 관광안내소 등을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뮌헨=글ㆍ사진 이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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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도 관광상품으로… 모던한 생동감 발산하다

뮌헨 위를 맴도는 공기에선 생동감이 느껴진다. 고도(古都)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 말고도 뮌헨을 그토록 활기차게 만드는 것은 경제다. BMW와 지멘스 등 대기업이 뮌헨에 뿌리를 두고 뮌헨의 경제에 계속 힘을 불어넣고 있다. 유적과 풍경만 관광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뮌헨의 산업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역사 만큼이나 빼어난 ‘모던 뮌헨’의 세계를 둘러보자.

BMW월드

우리를 매혹시키는, 탐나는 브랜드 중 하나인 BMW. 한국에선 외제차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브랜드다.

BMW는 ‘Bavarian Motor Works’의 약어다. 뮌헨이 속한 바바리아 주의 자동차 회사라는 뜻이다.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이뤄진 BMW의 엠블렘도 바바리아의 상징 색에서 나왔다.

1972년 테러의 악몽이 있는 뮌헨 올림픽스타디움 옆에 BMW 본사가 있다. 스타디움과 같은 시기에 들어선 BMW 본사 건물은 4개의 원기둥을 붙여놓은 모양이어서 ‘4실린더’란 애칭이 붙었다.

본사 건물 주변은 거대한 BMW타운이다. BMW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다.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BMW 마니아들 덕에 이곳은 뮌헨의 관광지 중 다섯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회오리가 치어올라 그 바람이 전체 전시장을 덮고 있는 듯한 모양의 금속성 건축물이 지난해 10월 새로 문을 연 ‘BMW 월드’다. 건물 입구의 특별 테마전시관이 회오리의 중심. 1년에 3번 주제를 바꿔가며 차량을 전시한다.

현재는 125i, 128d, 120i 등 BMW 1시리즈가 전시되고 있다. 나선형 통로를 따라 오르면 마치 바람을 타고 가듯 옆의 본전시장으로 통한다.

맨 먼저 X6 xDrive35i, M3 Cabrio 등 최신 차량이 관광객을 맞는다. 모든 이들이 와서 탄성을 질러대는 통에 ‘와우 코너’란 이름이 붙은 곳이다. 차량 옆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가격, 제원, 성능 등을 자세히 알 수 있고 직접 앉아볼 수도 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BMW의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다.

전시장 가운데 2층은 관광객의 출입이 제한된다. 새 차를 구매한 고객이 차를 직접 수령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새 차와 첫 만남의 감격을 증폭시켜주는 다양한 세리머니가 펼쳐진다.

영화 공연 음악회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이벤트 공간과 3종류의 고급 레스토랑도 갖춘 BMW월드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BMW를 함께 즐기고 호흡하는 공간이다. 이름 그대로 BMW의 세상이다.

6월 리뉴얼 오픈하는 BMW박물관에서는 BMW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볼 수 있다. 본사 옆 오리지널 BMW공장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BMW 3시리즈 800대와 엔진 등 주요 부품 1,250가지가 생산되고 있다.

뮌헨공항

뮌헨공항은 훌륭하다. 외관이 화려하거나 규모가 엄청나서가 아니다. 독일인의 기질을 꼭 빼다 박은 효율성 때문이다. 그들의 철저한 합리주의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독일에서 두번째로 큰 공항인 이곳은 2개의 터미널로 이뤄져 있다. 1, 2터미널 사이에는 커다란 광장과 거대한 쇼핑타운과 컨퍼런스 룸 등이 들어섰다.

쇼핑점은 명품에서부터 일반 잡화까지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음식점은 물론 야채가게와 병원까지 들어서 있다. 맥주도 빠질 수 없는 일. 뮌헨 공항은 ‘에어 브로이’라는 상표로 직접 술을 만들어 공항 안에서 팔고 있다.

뮌헨 시민들은 비행기 탈 일이 없어도 쇼핑을 위해 공항을 찾는다. 도시에서 파는 가격과 똑같거나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도심이 문닫는 휴일에도 이곳은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매출액의 60%는 비행기 탑승객이 아닌 일반 시민이올려준다.

1만㎡의 광장은 각종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겨울에는 거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형성되고 여름에는 모래가 잔뜩 뿌려져 브라질 리우 해변의 비치발리볼 경기장 같은 분위기가 된다.

1992년 지어진 1터미널은 비행기에서 내려서 이렇게 쉽게도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1자형 터미널은 4개의 미니터미널로 구분돼 각기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짐을 찾는데서 공항 출구까지 거리가 고작 15m. 탑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려 각종 수속을 마치고 공항 건물을 빠져나가는 동선이 150m도 안된다. 시간 단축은 당연지사다.

터미널 안에는 각종 여행정보, 세탁, 여행자보험, 컴퓨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종합서비스센터가 있고, 이코노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샤워시설도 갖추고 있다. 실속 없이 허우대만 멀쩡한 인천공항과 많이 비교되는 공항이다.

뮌헨=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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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뮌헨

▲ 뮌헨은 유럽 관광의 허브다. 뮌헨에서 차로 1시간이면 알프스, 1시간 30분이면 오스트리아, 2시간 30분이면 스위스로 갈 수 있다. 열차로 3시간 이상 걸리는 프랑크푸르트보다 가까운 곳들이다.

▲ 뮌헨으로 가는 빠른 길이 뚫렸다. 대한항공은 1일부터 수, 금, 일요일 주 3회 직항 노선을 운항한다. 서울 출발 오후 2시25분, 뮌헨 출발 오후 8시. 취항 기념 이벤트로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는 뮌헨 왕복항공권을 노마일리지 특가 85만원에 판매한다(유류할증료와 공항세 등은 별도).

▲ 뮌헨에서 레일유럽 등을 이용하면 주변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쉽게 여행할 수 있다.

▲ 뮌헨은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는 유로를 쓴다. 뮌헨관광국 한국사무소 (02)773-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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