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담임목사 제레미야 라이트의 ‘갓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미 민주당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또 다른 목사의 발언 때문에 다시 유감을 표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바마 의원은 29일 자신이 현재 다니는 교회의 목사 마이클 플레저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에서 흑인이 자기 쇼를 훔치고 있다고 생각해서 눈물을 흘렸다”며 힐러리 의원을 공격한 데 대해 “플레저의 설교에 매우 실망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백인인 플레저 목사는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에서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등 힐러리 의원의 흉내를 내며 “힐러리는 자신이 백인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어서 (대통령) 자격이 있는데 어디에선가 흑인이 나타나 자기 것을 훔치고 있다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힐러리 의원이 1월초 민주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패한 뒤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위한 유세 과정에서 소규모 여성 유권자들과의 간담회 도중 눈물을 보인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플레저 목사는 설교를 통해 “힐러리 의원만이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은 백인들이 울었다”며 흑백간 갈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플레저 목사는 오바마 의원이 현재 다니는 시카고 남서부의 흑인 밀집지역 교회에서 일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성명을 통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유세를 위해 미국을 돌아다닐 때 나는 우리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합시키는 것에 의해 감명을 받는데 이것이 내가 실망한 이유”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오바마 의원은 이어 “플레저 목사는 분열적이고 퇴보적인 설교를 했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미국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며 명분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희망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플레저 목사도 “단어의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며 “내가 말한 것은 오바마 의원의 삶과 메시지에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오바마 의원과 (문제의 동영상을 본)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사과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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