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국면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시위 양상도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평화적 집회에서 반(反)정부 거리투쟁 양상으로 변질되는 조짐이다.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도 장외투쟁에 나서 촛불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성난 시민들은 매일 밤 거리시위를 벌이다가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혼돈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이명박 정부는 사태악화를 우려해 강경 대응도 못하고 그렇다고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위기관리기능 등 정권의 총체적 시스템이 붕괴된 모습이다. 한마디로 위기다.
청와대는 쇠고기 파문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금명간 인적 개편을 포함한 국정쇄신책을 발표할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단순 감기약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종합감기약 처방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적쇄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정례회동을 갖고 국정쇄신책을 논의한다.
인적 쇄신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주무장관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파문 대처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증폭시킨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국가예산 모교 기부 논란을 야기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진용의 경우 정무적 판단과 조율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박재완 정무수석이 주특기인 사회정책수석으로 이동하고 정무수석에는 맹형규 전 의원 등 정치력 있는 중진의 기용이 점쳐진다. 민심 청취와 인사 검증에서 약점을 드러낸 민정라인의 교체나 보완 가능성도 있다. 국민소통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박형준 전 의원을 신설되는 수석급 홍보특보로 기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며 김중수 경제수석은 쇠고기 파문과 경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거취가 주목된다.
또한 국정쇄신책에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대책, 서민생활 지원책 등 다각도의 민생대책들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 정권불신이 극심한 상황에서 장관 몇 명 교체하는 것으로 혼돈이 가라앉을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하나를 내놓으면 둘을 달라고 하는데 자꾸 밀리다 보면 정권의 존립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그런 편협한 시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정운영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어야 한다. 목표를 향해 지도자가 진군하면 내각과 당이 뒤따르는 국정운영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한데 그것은 말로 되는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국민대협약'이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학계 언론계 등 사회 각계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이자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작게는 현안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크게는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국민대협약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소통의 장(場)'을 열어 사회갈등 요인을 거리로 내몰지 않고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토론과 합의도출까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사회갈등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이번 쇠고기 파문에서 느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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