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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헤지 손실' 중소기업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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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헤지 손실' 중소기업 화났다

입력
2008.06.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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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헤지(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위험손실을 피하기 위해 현재 시점의 환율로 미리 고정해 두는 것)를 하려다 오히려 큰 손실을 입어 부도 위기까지 몰린 중소기업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키코(KIKO: Knock-In Knock-Out) 방식의 파생상품 가입으로 총 2조5,000억원 정도의 손실(추정)을 입은 기업들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급등케 한 정부와 위험이 큰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상대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KIKO 옵션이란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환율이 특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차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2~3배의 달러를 팔아야 해 손실이 나고, 반대로 너무 많이 떨어지면 아예 계약이 파기되는 구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환 헤지 목적으로 지난해 시중은행의 KIKO 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입은 기업들을 상대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공동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2일 “최악의 경우 공동소송까지 갈 수도 있지만, 가급적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상장 업체 중 일부는 개별 소송을 검토 중이거나 이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기업도 15곳이나 된다. 중앙회는 회원사들과 ▦은행들이 가입을 권유하면서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준 점 ▦해당 상품의 계약내용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80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여러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차원에서 KIKO 상품에 가입했으나, 올 들어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서며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화를 시장 환율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매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대규모 손실을 냈다.

3월 말 환율 기준 기업들의 KIKO 관련 평가손실은 2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앞으로 1~3년 만기까지의 평가손실을 추정한 것으로, 장부상 손실이 대부분이어서 환율이 떨어지면 손실도 크게 줄어든다. 이날 환율이 1,02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평가손실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예 계약을 파기해 위험을 없애기를 바라고 있다.

중앙회 관계자는 “은행이 손실 가능성을 아예 감춘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환율이 많이 올라가면 큰 손실이 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면서 “기업도 투기적 거래를 한 책임이 있지만 기업의 현금흐름을 무시하고 거래를 권한 은행의 잘못도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바람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며 “정부가 은행보고 ‘S기’를 쳤다고 하기 전에 스스로 반성하면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구제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KIKO 옵션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무역협회 초청 강연에서 “기본적으로 과거 거래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전 위원장이 언급한 개선방안은 장외 파생상품 거래 내역을 전국은행연합회를 통해 집중화한다는 것으로 금감원이 이미 발표한 내용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불공정 계약 등 개별 민원이 제기된 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조사하겠지만, 대부분 은행과 기업들이 내용을 숙지한 상태에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일괄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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