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려달라’고 뽑은 대통령. 하지만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점검해 본 새 대통령의 항목별 경제성적표는 낙제점 일색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대외악재가 우리 경제의 가장 강력한 적인 것은 사실이다. 배럴당 130달러 안팎을 넘나들고 있는 국제유가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미 비우량주택담보채권) 부실사태에 따른 미국 등 세계 경기 둔화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짐이다. 하지만 상당부분 예견된 것이었던 만큼, 국민들은 정부가 이를 이길만한 힘을 보여주기를 바랐지만 현재로서는 실망 뿐이다.
특히 물가상승과 경기둔화 기조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오히려 각종 대외 악재들을 서민경제 파탄으로 직결시키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지개선에 목표를 둔 환율 정책을 폈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과 고유가의 영향을 더욱 증폭시키고 말았다. 영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고유가와 생활물가 상승은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묶어놓겠다고 목록을 뽑은 것은, “10년 세월 공백을 보여주는 개발 시대 논리의 전형”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게 했다. 한국은행이 정부의 압박에도 금리인하를 거부한 것에 대해 오히려 칭찬 받는 상황까지 됐다.
경기침체를 타개할 방법을 두고 당정이 각각 감세와 추경예산 편성을 고집하며, 갈등을 겪고 있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각 분야별 규제 완화도 기준이 없어, 취업자 증가나 경제활성화로 이어지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갈수록 그 비율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대기업 위주의 규제완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런 와중에 올해 들어 취업자수 증가폭은 두달 연속 20만명이 되지 않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하며 규제완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크지만, 막상 실천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다.
정부는 규제완화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경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수많은 규제완화가 이루어졌다”며 “본격 시행이 되는 내년부터는 경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민간 자율’ ‘규제완화’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관료적인 권위의식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기관장의 일괄사표를 받고, 공기업들을 한꺼번에 경영공백 상태로 내몬 것은 이 같은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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