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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MB노믹스 100일…무엇이 문제인가/ 대통령만 보며 각개약진 '경제팀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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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MB노믹스 100일…무엇이 문제인가/ 대통령만 보며 각개약진 '경제팀 실종'

입력
2008.06.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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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측면이 적지않을 것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장에 고유가까지 대외 악재가 겹겹이었다. 제 아무리 유능한 경제팀이라도 메가톤급 외생 변수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거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팀의 실력은 위기 상황에서 확연히 가려지는 법. 국민 정서는 외부 환경조차도 경제팀 실력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더구나, 지금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상황을 외부 탓으로만 돌리기엔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적 열망을 등에 업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팀으로선 더더욱 그렇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100일, 경제팀이 경제난을 더 키웠다는데 인식을 같이한다.

■ 소통과 조정의 부재

"하나같이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팀의 문제점에 대해 단적으로 이렇게 짚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등이 '팀'으로 묶이기 보다는 대통령을 중심에 둔 방사형 구조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대통령에게 잘 보이는 것만이 오직 중요한 목표였을 뿐이어서 경제팀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연히 불협화음이 커지고 제각기 독주하는 체제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에서 조정과 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었다. 환율ㆍ금리 등 거시 정책, 고유가 대책, 물가 대책, 공기업 구조 개편 등 경제팀 내에서 어느 것 하나 정제된 목소리가 나오는 법이 없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정책 집행만 있고 조정과 견제 기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마다 자신의 고유 권한인 정책 집행에만 치중했을 뿐, 경제팀 간의 사전 조율이나 협의는 사실상 내팽개쳤다는 것이다.

■ 시스템 아닌 사람의 문제

현 경제팀의 문제를 시스템에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협화음과 마찰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운용하기 나름이다. 경제정책조정회의, 거시경제협의회(서별관회의), 당정 협의 등 정책협의 채널은 충분하다. 단지, 채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비단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실세 그룹이다. 강만수 장관, 류우익 대통령실장, 곽승준 수석 등은 모두 새 정부 출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각자 이 정부에 일정 지분이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의 정도에 비례해서 목소리가 강해지고, 또 무리수를 두게 된다. 엇박자의 출발점이다.

특히, 경제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강 장관은 현 경제 상황과 정면 배치되는 환율ㆍ금리 정책 등을 밀어붙이며 사방에서 공격을 받는 신세를 자초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는 "과거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 운용 방식 외에 새로운 변화에 맞는 방식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정부 출범에 기여한 바가 없는 이들의 역할은 갈수록 위축됐다. 임명 당시부터 우려됐던 일이지만,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할 김중수 수석은 실세 그룹의 틈바구니에서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낙마 직전에 섰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도 경제팀 내에서 '들러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윤창현 교수는 "축구 경기의 패배 원인이 공격진, 수비진, 골키퍼 등 누구 하나에만 있지 않다"며 "지금 경제팀의 실패 역시 구성원 총체적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 '힘의 분산' 없인 인적쇄신 효과 없어

김중수 경제수석을 교체하는 선에서 경제팀에 대한 '문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팀 내 '소통 부재'의 원인과 해법을 경제수석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누가 경제수석에 앉더라도 경제팀이 원활히 굴러가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외형과 내용적인 면 모두에서 경제팀의 총체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새 경제팀에서는 힘의 분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한, 경제수석에게 조정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경제수석실이 제 기능을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 장관이나 류 실장이 변하지 않는 한 어떤 수석이 와도 견제가 쉽지 않다"고 했다. 더 온유한 성격의 경제수석이 온다면 더더욱 통제가 불가능할 것이고, 강성의 경제梔??온다면 갈등만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제수석실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새 정부에서 경제수석 부활이 의미를 지니려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서 착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강 장관은 시장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추진력 못지않게 협의와 조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팀의 정책 방향성에도 대대적인 메스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대기업 성장을 촉진하면 덩달아 중소기업과 서민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현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은 과감히 포기하는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도 "새 경제팀은 무리한 고도 성장 정책에 대한 집착과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인적 쇄신과 함께 고환율 정책 포기 등 비전의 쇄신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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