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3월16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4강을 확정 지은 뒤 서재응(KIA)은 마운드로 씩씩하게 뛰어올라가 태극기를 꽂았다. 변방에 머물던 한국야구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12월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대만에 이어 실업선수로 이뤄진 일본에마저 참패하면서 아시아 3류로 추락했다. 한국야구는 불과 9개월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갔지만 국내외 환경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정신력, 기량 등 전력적인 요소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핸드볼 스코어'가 자주 나온다. SK는 1일 대구에서 삼성을 18-0으로 대파했다. 18-0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 점수차 완봉경기로 기록됐다. 그 경기뿐 아니라 투수가 조금만 만만하면 금세 10점을 넘긴다.
지난 2006년 8개 구단 전체 평균자책점은 3.58, 팀 타율은 2할5푼5리였지만, 지난해에는 평균자책점 3.91에 팀 타율은 2할6푼3리였다. 또 올해는 2일 현재 평균자책점은 4.32, 팀 타율은 2할6푼9리다. 마운드는 무너지고 방망이는 불이 붙는 양상이다.
이처럼 타고투저가 심화되는 근본적 이유는 마운드 높이의 변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6년 12월 도하아시안게임 참패 후 국제규격에 맞춘다는 의미에서 마운드를 13인치에서 10인치로 내렸다.
이는 결과적으로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한 경기에서 투수가 10여 명이나 등장하고, 핸드볼 스코어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경기 소요시간도 3시간을 훌쩍 넘겨 4시간에 이를 때도 부지기수다.
WBC에서 4강 신화를 이룰 때나, 아시안게임에서 참패할 때나 국내 구장 마운드는 13인치로 똑같았다. 아시안게임에서 수모를 당한 게 마운드 탓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투수들의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다시 마운드 높이의 상향조정을 생각할 때다.
전 KIAㆍ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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