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ㆍ집회 때마다 등장하는 개사곡(改詞曲)이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 및 가두시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일반 대중의 귀에 익숙한 곡에 가사를 바꿔 붙이는 개사곡은 집회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분위기 메이커’로서 시위 현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초기의 대표적 개사곡은 ‘송아지’.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라는 부분을 ‘송아지, 송아지, 미친 송아지’로 바꿨다. 여기에 ‘엄마소’를 ‘미친소’로 바꿔 부르면서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촛불집회보다 가두시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바위처럼’‘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 전통 민중가요들이 속속 등장하자 개사곡도 이에 뒤질세라 진화를 거듭했다.
특히 10대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뽀뽀뽀’개사곡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빠가 출근할 땐 기름값, 엄마가 시장볼 땐 미친소, 우리들 학교가면 0교시, 우리들의 수면시간 4시간’이라는 내용의 이 노래는 익숙한 화음으로 시위 현장의 인기 ‘쨍가’로 자리 잡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유행한 그룹 클론의 노래 ‘발로차’를 개사한 곡도 애창되고 있다. ‘발로차 사커(soccer)’를 ‘발로차 명박’으로 바꿔 부르며 ‘이명박 퇴진’구호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개사곡들은 자칫 비장감이 압도할 수 있는 시위 현장을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일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만난 중학생 김모(14)양은 “5월 초 촛불문화제 때는 대중가요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민중가요가 많이 흘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중의 귀에 익숙한 개사곡들의 경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집회 동참을 유인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시위에 참여했던 최모(16ㆍ고1)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모두가 다 아는 노래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과 관련된 재미난 가사를 붙여 개사곡을 만드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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