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큰 충돌 없이 진행되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가 5월31일 밤부터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만여명 시민들이 청와대 근처까지 진출하고, 이에 맞선 경찰이 강경 진압을 시도해 양측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1일에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대낮부터 2,000여명이 서울시청 일대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고 청와대 진출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의 강경 진압과 시위대 반발이 맞물려, 상호 대응수위가 갈수록 격렬해지는 '폭력의 악순환' 이 우려되고 있다.
사흘 연속 이어진 도심 시위
오후 7시에 시작된 촛불집회를 마친 뒤 아무리 빨라도 오후 9시에 시작됐던 거리시위가 1일에는 대낮부터 시작됐다. 오후 2시 무렵부터 시청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4시20분부터 전날 경찰의 과잉진압 등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낮에 나가야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다치지 않고 우리 주장을 전달할 수 있다"며 태평로로 몰려 나와 왕복 차로를 모두 점거한 채 세종로를 거쳐 광화문 삼거리까지 행진했다. 시민 가운데는 6세 이하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주부와 중고생도 섞여 있었다.
시위대는 경찰 저지에 막혀 3호선 경복궁역 사거리 도로에서 연좌 시위를 벌였으며, 이후 속속 합류한 다른 시위대와 함께 다음날 새벽까지 도심 곳곳에서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거리 시위대는 이날도 청와대 진입을 시도해 이를 막는 경찰과 큰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는 세종로 사거리를 가로막은 경찰 기동대 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며 차벽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31일 밤과 1일 새벽에는 종로구 효자동과 삼청동 일대에서 시민 2만여명이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가 길을 가로 막은 전경버스를 밀어 흔들어대고, 일부가 사다리를 타고 버스 위로 올라서거나 쇠창살과 창문을 뜯어내자 경찰이 물대포로 대응했다.
1일 새벽에는 경찰이 사직로를 점거한 시민들을 인도로 밀어붙이며 강제해산에 나섰다. 경찰특공대 병력 110여명이 투입된 것도 이 때다. 경찰은 오전 8시 무렵까지 해산ㆍ검거 작전을 계속해 이날 228명의 시민을 연행했다.
서울대병원과 백병원 등 서울 시내 주요 병원에는 31일 밤부터 1일 아침까지 90명의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다. 또 진압작전에 나선 전ㆍ의경 40여명이 시위대 해산ㆍ연행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왜 격렬해졌나
집회가 이전보다 훨씬 과격해진 것을 놓고 경찰과 시민단체는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특히 1일 새벽 시위와 관련, 경찰은 청와대 턱밑까지 밀린 상황에서 시위대가 전경버스 전복을 시도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수 차례 경고한 뒤 물대포를 쏘고 특공대를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평소 1만여명이던 집회 참가자가 이날은 4만여명(경찰 추산)으로 급증하면서, 숫적으로 열세에 몰린 상태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특공대를 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버스 위가 물에 젖어 미끄러웠기 때문에 시민 안전을 위해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공대를 일체의 장비를 휴대하지 않은 채 올려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에서 시위 도중 여고생이 실명 위기에 빠지고 예비군 복장을 입은 사람은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문도 퍼졌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전날까지) 가능하면 연행하지 않겠다"던 경찰이 갑자기 강경 방침으로 급선회하면서 불상사가 벌어졌다고 반박했다. 특히, 고도로 훈련 받은 경찰특공대를 비무장 시민 해산에 투입하고 강력한 물대포를 시민을 향해 정면으로 발사한 것은 '과잉대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평화적 시위와 행진을 벌였던 참가자들에게 경찰은 마치 5공 시절로 회귀한 듯 물대포와 소화기를 뿌리고 진압봉을 휘둘렀으며, 급기야 체포 전담조까지 출동시켜 시민들을 해산시켰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경찰과 시위대의 감정이 격화해 사태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 빨리 근본적인 국면 타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상황이 경찰의 인내와 시위대의 비폭력 의지에만 맡겨둘 단계를 넘어선 만큼, 청와대ㆍ정부ㆍ여당이 성난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성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창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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