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현 국정상황에 대한 절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비공개로 3시간 가량 진행된 의총에선 20명의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그 동안 꾹 눌러왔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조속한 민심수습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현재의 위기 상황은 ‘쇠고기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자세에서 비롯된 만큼 이런 자세를 고치지 않고선 사태의 해결이 어렵다는 인식이 공감을 이뤘다. “국민에게 지는 수밖에 없다”(조진형 의원) “성난 민심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다”(강호석 의원) 등의 발언이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의총이 시작되자 당장 3일로 예정됐던 장관고시에 대한 관보 게재를 늦추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초선 권영진 의원은 “쇠고기 사태 수습을 먼저 한 후에 인사쇄신을 발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쇠고기 수입고시 관보게재부터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은 아예 쇠고기 재협상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 장관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소통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쇠고기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관건은 30개월 이상된 소의 수입 여부”라며 “용어상 추가협상이든 재협상이든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벌이는 게 옳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초선인 강석호 의원은 “쇠고기 문제는 초기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며 “비록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 원성을 사심없이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외에 정태근 김성식 황영철 김성태 의원 등이 재협상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발언 의원 중엔 “시위현장 유인물에 반정부ㆍ반미 구호가 있다”(김동성 의원) “의원들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는 선언을 하자”(현경병 의원)는 등 강경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는 쇠고기 문제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관보게재만큼은 늦춰야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결국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의총 도중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관보게재 유보를 요청했다. 임 의장은 “어제 했으면 좋았을 텐데 행정적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일단 중단시키고 나중에 다른 방안을 의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총에선 인적쇄신 필요성도 거론됐다. 남경필 의원은 “장관과 수석 몇 명을 경질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총리와 비서실장 모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전면적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김성태 의원은 “삼성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국민이 생각한 것보다 더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았던 것처럼 우리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면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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