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ㆍ난방비에서 전기료, 종이 아끼기까지.
은행들의 요즘 비용절약 노력이 ‘마른 수건을 다시 짜듯’ 눈물겹다. 고유가의 여파로 산업계 전체에 갖가지 에너지 절약 운동이 한창이지만 사실 은행은 유가와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업종. 애국심이 남달리 투철해서라기보다 여기에는 ‘돈가뭄’이라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수십년간 은행들의 최대 수익원은 ‘예대마진’이었다. 이자가 1%도 안되는 요구불예금 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주로 받아 높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고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갈수록 증시로 돈이 옮겨가면서 싼 이자의 예금이 줄어드는 게 걱정이다. 어쩔 수 없이 고금리의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같은 ‘고원가성’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에 나서다 보니 여기저기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들의 요즘 절약노력은 결국 어떻게 해서든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몸부림인 셈이다.
국민은행은 6월부터 에너지 관리공단의 권장 냉방온도를 엄격히 지키는 대신 행장 이하 모든 본점 직원들이 반팔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근무키로 했다. 행내 모든 공식행사에도 적용되며,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지점만 예외다.
신한은행도 이 달말부터 본점과 영업점 직원 모두 반팔 티셔츠를 입기로 했다.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반응에 따라 7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지난해보다 시행시기를 앞당긴 것. 기업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고객 접촉이 많지 않은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반팔과 노타이 차림으로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노력은 냉방비 절약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영업점을 포함한 전 은행 차원에서 절전을 위해 화장실 비데 사용을 중단시켰다. 또 점심시간과 야간에 전등 끄기, 개인 냉ㆍ난방기 사용 중단 등도 시행중인데 연말에는 절약 우수점포 16개를 뽑아 포상도 할 계획이다.
연간 에너지 관련 비용 40억원 절감 목표를 세운 신한은행은 엘리베이터 운행 축소, 업무용 차량 주 1회 휴무 운동, 영업점 간판 켜는 시각 30분~1시간 늦추기 등을 시작했다. 특히 신상훈 행장은 직접 6층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리기로 선언하고 영업점에 에너지비용 예산 자체를 아예 배정하지 말 것을 지시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도 지난달 초부터 윤용로 행장의 지시에 따라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회의 자료를 파워포인트로 만들지 않고 컬러 문서 출력은 자제하며 양면 인쇄를 하는 등 ‘알뜰살뜰 365 근검절약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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