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 한해동안 한 딜러 업체와 소송을 계속해야만 했다. 경기 분당 딜러인 E사와 딜러권 해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적인 판단에 맡겨야만 했던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1990년대말, 적자를 감수하면서 까지 영업망을 지켜온 국내 딜러 업체를 하루 아침에 버리겠다고 나섰으니 벤츠로서는 자업자득이었다.
#독일 아우디와 폭스바겐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아우디ㆍ폭스바겐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에게 일반화 돼 있는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에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총 매출액이 4,484억원으로 전년도의 4,194억원보다 6.9%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25억원과 47억6,000만원으로 전년도의 76억원과 31억5,000만원보다 64%와 51.6%가 각각 늘어났다. 또 지난해에 광고선전비용으로 전년도의 171억8,000만원보다 8.2%가 증가한 185억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이 기업의 지난해 공식적인 기부금 지출규모는 ‘0’.
국내에 들어와 있는 수입차 업체들이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 시장에 맞게, 한국 국민의 정서에 맞는 경영행태를 보일 때 시장은 보다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적 정서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수입차 업체들의 경영행태에도 불구, 수입차 구매대열에 줄을 늘어선 국내 소비자들도 문제다. 수입차의 안정적인 국내 시장 정착을 바라는 대다수 소비자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적 시장 상황과 정서를 이해하지 않는 한 이들의 영업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입차 업체들의 대표적인 비 시장적 경영행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딜러망 관리. 앞서 예로 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빙산의 일각이다. 국내 딜러 업체들에게 그들의 ‘룰’을 따를 것만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바로 폐기 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독일계 수입자동차 업체는 서울 모 지역 딜러가 적자 때문에 어려움을 겪자 곧바로 딜러권을 다른 업체에 넘기도록 했다. 또 다른 수입차 업체는 최근 일정 규모의 국내 모 그룹계열사가 갖고있던 딜러권을 합리적인 설명없이 다른 업자에게 넘겼다. 기존 딜러가 상대적으로 견실하게 운영해 왔는데도 모(母)그룹의 경영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막바로 취한 조치다.
유럽 및 일본, 미국 등의 6개 브랜드 딜러를 하던 국내 대기업 S사는 지난해 병행수입을 시작한다는 이유로 P사 딜러권 재계약 5개월여를 앞두고 계약을 파기당했다. 이 업체는 다른 B사로 부터도 “병행수입을 할 경우 딜러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개적인 경고를 받기도 했다.
수입차 업체와 딜러 및 관계 업체간 법적인 문제 역시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역시 수입차 업체들의 횡포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를 공식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지난해 후방경보장치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해당업체인 이지소스로부터 대금지불 청구소송을 제기당했다.
이지소스는 지난해 4월에 한불모터스의 요청으로 ‘307CC‘ 19대, ‘206CC’ 88대 등 총 107대에 개당 16만5,000원에 후방경보장치를 달아줬으나 한불모터스측이 단가인하를 요구하며 대금을 지불해 주지 않아 지난해 5월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대금지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수백억원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어려운 이웃에겐 눈을 거의 돌리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겉으로는 한국 사회에 기여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서는 단 한푼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계인 GM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총 매출액 304억원 중 10%가 넘는 36억8,610만원을 광고선전비 및 접대비로 지출한 반면, 기부금은 단 한푼도 내지 않아 스크루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BMW코리아는 1억5,053만원, 한국토요타자동차 1억3,841만원, 한국닛산 3,230만원, 혼다코리아 1,026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1,492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규모로 보면 비슷한 규모의 수익을 내는 국내 기업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그나마 거론할 수 있는 수입차 업체들이다.
반면에 이들 업체들에게는 적지않은 혜택이 있다. 배출가스 검사 면제 등이 대표적이다. 매년 국립환경과학원이 국산차 등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결함 확인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수입차는 시장 점유율 5%가 안 된다는 이유로 그동안 면제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5%가 넘어 수백종의 모델중 이번에 BMW 320i와 아우디 A6 2.4 등 2개 모델만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가격부담은 물론 광고, 마케팅 비용을 모두 딜러에게 개畸穗?식의 횡포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며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적 시장상황을 계속 외면할 때 적지않은 반발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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