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대운하를 강행하겠다는 것인가? 부실한 한미 쇠고기 협상 문제로 성난 민심이 연일 촛불집회로 분노를 표출하고, 취임 100일에 불과한 이명박 정부 타도 시위마저 벌어지고 있는 비상 상황이다. 이런 판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보다 폭발성이 더 큰 대운하 문제를 정공법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국토해양부의 방침에 어이가 없다. 정부의 상황 인식이 이렇게 안이하니 갓 출범한 정권의 인기가 추락하고, 민심 이반도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토해양부 대운하 사업준비단장이 엊그제 한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현재 대운하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며, 앞으론 진행과정을 적극적으로 알려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대운하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선 4대강 정비, 후 보완’ 방침을 밝힐 때만 해도 정부가 여론을 어느 정도 수렴해 대운하 프로젝트를 불도저식으로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비쳤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뱃길 잇기식 운하(canal) 사업을 접고,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4대강 하천과 유역을 정비하는 물길 잇기식 수로(waterway) 사업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토부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표명은 이 대통령의 그 발언이 여론의 역풍을 일단 피하고 보려는 행동에 불과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크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의 산에 터널을 뚫어 뱃길을 잇는 대운하프로젝트는 ‘제2의 쇠고기 촛불집회’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커졌다. 대운하에 반대하는 여론이 최근 70%를 넘고, 찬성파는 10%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혼선을 빚고 있는 대운하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 정리를 해야 한다. 청와대가 대운하 논의를 중단키로 했다는 말도 들리지만, 이것이 최종 방침인지 아닌지 국민들은 여전히 헷갈린다. 여론을 수렴해 과감하게 포기하든지, 4대강 유역정비로 국한해 추진하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더 이상 스스로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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