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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6월에 생각하는 호국 영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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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6월에 생각하는 호국 영령

입력
2008.06.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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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호국보훈과 관련된 행사가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치러지지만, 올해도 구색과 생색을 내기 위해 치르는 의전행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임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참되게 기리지 못하는 것은 후손들의 죄악이다. 독립투사들, 6ㆍ25 참전 용사들, 베트남 참전용사들, 4ㆍ19혁명 희생자에 이르기까지 그 분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만큼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겠으며, 이만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국 땅은 고사하고, 바로 이 땅에 묻혀 있는데도 존재조차 망각된 유해가 얼마인가. 금강산 건봉사 명부전에는 이 지역에서 6ㆍ25때 전사한 주인 없는 호국영령의 위패가 1,248위나 모셔져 있으나 현충일이나 제일에 찾아주는 이 하나 없다. 건봉사에서 매년 날을 잡아 호국영령 철야기도법회와 위령제를 모시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그 뿐이랴. 국가유공자를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건립하고 있는 납골당인 ‘이천 호국원’이 개장을 하기도 전에 녹슬고 깨지고 떨어져 나가는 등의 부실공사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한다. 호국영령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미국은 해마다 1,300여억 원의 비용을 들여 60여년 전인 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유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전사자나 실종 장병 수색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전사 장병 유가족을 혁명열사 유가족으로 특별 우대하고 있는 바, 이것이 남파공작원들의 끈질긴 투항 거부와 저항을 가져왔던 것이다. 호국영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그것을 담은 보훈정책이 애국심의 바탕이요 힘이 되는 것이다.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공적 가치를 국민적 애국심으로 승화시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성스럽고 합당한 보훈정책은 군인에게는 올바른 국가관을 갖게 하고 국민에게는 안보의식을 강화시키며 유가족에게는 오랜 한을 풀어주는 일이고 순국선열에게는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일이다.

생존해 있는 혁명 참가자나 참전용사들에게는 명예회복 차원을 넘어 실질적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 분들은 이제 70대, 80대 노인이다. 남은 삶이라도 편안하고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예우해야 할 차례다.

호국영령의 숭고한 가치를 후세에 전승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른 단발성 호국영령 추모행사를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지속적 노력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에 각인시킴으로써 가능하다. 삶과 연결된 홍보전략, 현장교육이나 상황 재현을 통한 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거룩한 뜻과 정신을 계승시켜야 한다.

다변화하는 국제적 역학관계에서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힘의 원리만이 지배할 뿐이다. 중국 일본은 국력 신장을 토대로 노골적으로 우리 영토를 넘보고 패권을 꿈꾼다. 안보의식과 애국심이 국가 존립의 중요한 요건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전쟁이 일어나도 총을 들고 싸우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순국선열에 대한 잘못된 예우정책과 가치전승의 실패를 들 수 있다.

우리의 과제는 더 높은 국가발전을 이루는 것이다. 국가발전은 국민통합을 통해서 가능하다. 국민통합은 리더의 훌륭한 리더십을 통해서 이룰 수도 있겠지만, 애국심 함양, 국가 사랑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호국보훈의 달에 이 나라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들의 뜻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유영옥 경기대 국제대학장ㆍ국가보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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