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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달러 시대, '자동차의 나라' 美서도 운행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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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0달러 시대, '자동차의 나라' 美서도 운행 뚝

입력
2008.06.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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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뉴욕, 시카고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지하철역이 크게 붐비고 대형차들은 주택가에 세워져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동차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 미국에서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를 집에 놓고 움직이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20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면서 지구촌 각국의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는 투자은행(IB) 골드만 삭스의 분석을 인용, 이르면 올해 말 유가 200달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을 가리지 않고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미국ㆍ유럽

장거리 교통 수단의 대명사격인 항공업계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을 폐지하는 노선 조정에 나서면서 미국인들의 항공편 이용이 격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에너지 효율이 항공기의 3배가 되는 철도는 여행객들이 몰리고 화물, 상품 등의 운송 수단으로 각광받게 된다. 유럽에서도 교외 지역의 대형 마트에는 소비자들의 발길 뚝 끊긴 반면 주택가에 자리잡은 소형 상가와 할인점은 벌써부터 북적이고 있다.

월마트, 테스코 등 할인점 매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중국, 한국산 제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멕시코, 브라질 등 남미, 카리브해의 상품이 늘어나는 것도 고유가의 단면이다. 이들 나라 제품이 운송 비용이 줄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캐나다 투자은행(IB) CIBC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이 남미와 카리브해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이미 6%가 늘었다.

■ 중국ㆍ인도

개발도상국의 대표 주자인 친디아(중국, 인도)는 그동안 자랑해온 두 자릿수의 경제 성장률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생산 비용을 높여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는 저소득층의 폭동나 시위 가능성 등 잠재적 사회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소비 지출액에서 식료품의 비중이 높은 이들 국가의 저소득층이 물가 상승으로 생계를 위협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성장을 보이던 이들 국가의 증시가 폭락장을 맞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유가에 수반되는 인플레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주가는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 중동

막대한 오일 머니를 챙길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는 국부펀드를 이용해 미국, 유럽 등의 블루칩 기업을 사냥하고, 산업기반 확충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건설 붐이 예상된다.

그러나 산유국도 고유가의 위험을 비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 일부 아프리카 산유국에서는 석유이권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분쟁이 늘고 있다. 이란이 넘치는 오일 머니를 무장단체 헤즈불라에 지원하면서 테러가 빈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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