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저녁 서울 역삼동 B한정식집.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간부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기획재정부 간부 10명, 그리고 이성태 총재를 필두로 한 한은 간부 10명 등 총 20명의 대규모 회동이었다.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2시간30분 동안 소주 폭탄 6잔 정도를 돌리면서 환담이 오고 갔다. 환율, 금리 등 정책적인 논의는 전혀 없었다. 이 모임을 주선한 강 장관은 “나는 원래부터 한은 프렌들리한 사람이다. 책(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도 밝혔지만 한은이 잘 되길 항상 바라고 있다”며 ‘한은 예찬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측 한 참석자는 “정책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만남 자체가 의미있는 자리였다”며 “최근 재정부의 정책 변화를 다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새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물과 기름이었다. 환율, 금리 정책 등을 두고 번번이 대립했다. 그 중심에는 고집 세기로 정평이 난 강 장관과 이 총재가 있었다. 3월 중순 첫 회동에서 악수를 나눴지만, 그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격을 일삼던 재정부가 먼저 한은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더 이상 ‘고환율-저금리’ 정책을 고집하기엔 ‘고유가-고물가’에 따른 민생 불안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 보인다. 특히 재정부로선 자칫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경제 악화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다.
만찬회동에 앞서 지난 27일 재정부는 외환 시장에서 20억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그동안의 고환율 정책과 달리 1,050원 벽을 뚫고 고공행진하는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에 제동을 건 것이다. 재정부 측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설명을 했지만, 국제유가 폭등에 따라 고환율 정책에서 한 발 물러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재정부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메시지도 더 이상 보내질 않고 있다. 극도로 악화되는 대외 환경 속에서 당분간 한은, 시장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며 몸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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