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 부천 시니어클럽 베이비시터 사업단. 베이비시터를 찾는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지만 보낼 사람이 없어 직원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육아경험이 풍부한 50여명의 장ㆍ노년층 주부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은 사설 용역업체에 비해 파견비가 20∼30% 저렴한데다 성실성까지 인정 받아 구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성남 수정구 성남시니어클럽 두부공장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국산 콩으로 만든 이 곳 두부를 믿고 찾는 고객들이 많아 12명의 은퇴자들이 눈 코 뜰새 없이 배달을 다닌다.
은퇴자들에 또 한번의 직장을 알선하는 시니어 클럽이 뜨고 있다.
경기도내에는 현재 9개 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이며 6월 2개 시니어클럽이 추가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9개 중 6개가 지난해 이후 만들어질 만큼 요즘 시니어 클럽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시니어 클럽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르신들의 귀중한 경험을 찾는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로 재취업을 원하는 은퇴자들이 많은 것도 시니어 클럽 확산의 큰 이유다.
어르신들의 활동무대는 주로 육아나 택배, 경비, 전통음식 제조 등 꼼꼼하면서도 경험을 필요로 하는 분야들이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와 놀이를 알려주는 놀이지도사, 유적지에서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 설명해주는 문화관광해설사, 전통혼례 도우미 등으로 영역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육아 관련의 경우 어르신 특유의 경험과 성실성이 뒷받침 돼 최고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천 시니어클럽 권치영(45) 실장은 “일정 기준을 통과한 어르신들이 아이들을 친손자손녀처럼 대하면서 먹이고 씻기고 재워줘 수요자들이 대만족하고 있다”면서 “젊은 부모들에 육아관련 정보를 상담도 해줘 갈수록 어르신 베이비시터를 찾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 시니어클럽은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베이비시터 파견을 3개월 이상 단위로 계약하고 있으며 조만간 서비스료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시흥 시니어클럽은 학교 경비원 파견으로 지난해 4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37명의 어르신들이 시흥 안산 부천에 위치한 31개 초중고에 야간 당직을 서면서 거둔 실적이다.
군포는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을 중심으로 택배를 시작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택배를 가장한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르신들은 신뢰감을 줘 민간 택배회사들이 어르신들을 먼저 찾고 있다.
이밖에 구리 시니어클럽은 6월께 자전거 대여점을 차릴 예정이며 안양은 공원 내 카페를 준비 중이다. 또 시흥은 특용작물 재배까지 발길을 넓히고 있다.
성남 시니어클럽에서 베이비시터를 하고 있는 이영자(61)씨는 “힘은 들지만 뭔가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면서 “일을 하면서 가계에 보탬도 되고 건강도 좋아져 친구들에게도 이 일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니어클럽이 좀 더 활성화 하려면 장ㆍ노년층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더 발굴하고 수익성 창출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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