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가 오늘부터 법정임기에 들어간다. 4ㆍ9총선으로 확인된 민심 변화를 반영할 국회로서 기대를 모을 만하지만, 어수선한 정치ㆍ사회 상황으로 보아 산뜻한 출발은 기대난이다.
17대 국회가 마지막 대국민 봉사 기회를 끝내 파행으로 마감한 뒤끝이어서 여야 사이에 한랭전선이 형성돼 있고, 여야 모두 지도체제 정비 등 내부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오늘 본격적으로 시작할 원 구성 협상이 난항, 내달 7일의 법정시한은 지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예비협상에서 양당은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상임위 조정, 방송통신위 소관 상위,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 확연한 이견을 보여왔다. 정책연대를 통해 제3의 교섭단체가 된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까지 끼어들면 절충점 찾기가 한결 어려워진다.
어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를 강행한 데 크게 반발한 민주당은 이 문제를 사실상 원 구성 협상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다. ‘장외투쟁’까지 주장하며 좀처럼 ‘쇠고기 문제’를 내려놓을 태세가 아니다. ‘친박’ 세력 복당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이 재연할 조짐인 것도 불안하다. 원 구성 협상을 지켜보며 기준을 정하겠다는 강재섭 대표의 자세는 이달 말까지 복당 로드맵을 만들어 달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요구와는 딴판이다.
선후를 정하기 어려운 과제들이 복잡하게 뒤엉켰지만, 칼로 내리치듯 할 수는 없다.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할 문제다. 우선은 4ㆍ9총선 당시의 마음가짐을 되새겨야 한다. 여야 모두 경제활력을 되살리고 민생을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17대 국회가 사상 최다인 6,387건의 법안을 의원발의로 제출하고도 21.2%, 1,351건만 가결한 ‘에너지 낭비’와 그 배경인 이념과잉을 반성한다면, 국민 실생활과 밀착한 입법에 의욕을 보일 만하다. 날로 국제경제환경이 나빠지는 마당에 ‘밥 그릇’ 다툼에 연연할 여유가 있는가.
또 원 구성 과정과 그 이후의 국회 운용에서 정치 본연의 타협능력, ‘정치력’을 보고 싶다. 17대 국회의 숱한 충돌 경험으로 보나, 지난 정권 못지않게 ‘정치력’이 달리는 현 정권의 실상으로 보나 당연히 국회가 맡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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