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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상금·오픈제 도입" 목소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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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상금·오픈제 도입" 목소리 확산

입력
2008.05.3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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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 기전에 상금제를 도입하고 외국 선수들과 아마추어에게도 과감히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바둑계에서 힘을 얻어 가고 있다.

당초 이 같은 기전 개혁 방안은 연초에 유창혁 9단이 인터넷 바둑 사이트 기고를 통해 주장하면서 서서히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바둑팬들에게는 참신한 개혁안으로 받아들여져 뜨거운 호응이 일었으나 정작 프로 바둑계에서는 젊은층, 노장기사, 기원 집행부 간의 의견이 엇갈려 별다른 진전이 없는 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최근 바둑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기전 규모가 축소되는 등 바둑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바둑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기사들을 중심으로 더 늦기 전에 기전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때마침 한국기원 기사회 총무인 김만수 7단(31)이 31일 명지대 용인캠퍼스 방목기념관에서 열리는 한국바둑학회 주최 '프로제도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할 내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바둑계가 상금제와 오픈제를 터닝포인트로 삼아 바둑의 세계화를 통해 제2의 중흥기를 만들어 내자"며 "전세계 모든 바둑 고수들에게 국내 기전을 개방, 영국 프리미어 리그와 같이 한국을 명실상부한 세계 바둑의 메카로 키워나가자"는 내용이다.(발표 요지 참조)

국내 바둑계에서 기전 개혁 방안에 대해 젊은 기사가 공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국내 바둑계 초유의 일이다. 게다가 김7단은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회 총무로 젊은 기사들의 여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여서, 앞으로 한국기원의 기전 개혁 작업에 더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바둑계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최고위전 국기전 패왕전 등 전통 있는 신문 기전들이 잇달아 절멸된 상태다. 특히 올해는 국수전과 왕위전까지 스폰서 문제를 빌미로 기전 개최가 계속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국내 정상급 기사들이 국내 기전과 중국 리그 일정이 겹칠 경우 국내 기전을 포기하고 중국 기전에 나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만수 7단은 "한국 바둑계가 새로 일어나기 위해서 현행 기전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데는 선후배 기사 모두 의견을 같이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아직 확신이 없는 탓인지 서로 주저하며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기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기원 집행부에 강력히 의견을 개진하는 등 기전 개혁 작업이 좀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김만수 세미나 발표문 / "전세계 바둑고수에 문호개방 '바둑 프리미어리그' 만들자"

한국 바둑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둑 인구의 노령화로 바둑팬이 계속 줄고 있고 기전 규모는 갈수록 작아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의 시작과 핵심은 상금제와 오픈제의 도입을 통한 기전의 유연성 확보다.

한국 시장만으로 바둑계를 살리기엔 한계가 있다. 한 · 중 · 일 3국 뿐 아니라 동남 아시아, 더 나아가서는 서양의 바둑 인구를 타깃으로 삼아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의 바둑계는 오직 세계화만이 살 길이며 이 중심에 '프로 기전 오픈제' 도입이 있다. 바둑이 글로벌 스포츠가 되고 한국이 그 중심국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 째, 전세계 프로 기사들에게 기전을 '오픈'한다. 향후에는 프로급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개방, 세계 각국의 모든 바둑 고수들이 자유롭게 한국 바둑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둘 째, 국내 기전 중에서 총 규모 5억 이상 되는 기전을 오픈전으로 전환, 1년에 약 10개 정도의 세계 기전이 개최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부분적인 오픈제를 시행하고 있는 삼성화재배와 LG배는 전면 오픈 및 상금제 도입을 통해 좀더 박진감 있는 경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 째, 먼 장래를 내다 보고 서양의 프로기사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갖추면 자국으로 돌아갈 때 과감하게 프로 면장을 수여, 이들이 한국 바둑 보급의 첨병이 되도록 한다.

넷 째, 상금제 및 오픈제 도입을 통해 얻어지는 기원 수입의 10% 이상을 바둑 보급 예산으로 책정, 국내외 바둑팬을 늘리는 데 우선 사용토록 한다.

이 같은 개혁안이 시행된다면 한국은 10여년내로 전세계 초일류 프로 기사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명실공히 최고의 바둑시장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자연히 전세계적으로 한국 바둑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바탕으로 마케팅 활동을 중심으로 바둑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한국 바둑 제2의 중흥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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