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에게 신장을 떼어 준 형이 말기 신장질환에 걸리자 업무과로 등 때문이라며 요양승인 처분을 받기 위해 법원을 찾았으나 패소했다.
6년 전 고모(38)씨는 신장질환을 앓고 있던 동생에게 왼쪽 신장을 떼어주고, 2006년 12월 우체국 집배원 생활을 시작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우편물을 배달하고 오후 5시에 복귀, 동료들과 2시간 정도 우편물 분류를 하는 게 평소 일과였다. 각종 요금 고지서가 몰릴 때면 오후 11시에나 퇴근했다.
고씨는 성실했지만 다른 직원보다 배달 속도가 느렸다. 우편물 분류작업도 종종 빠졌다. 상사는 고씨에게 ‘왜 그렇게 일을 못하냐,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핀잔을 줬고, 고씨의 부친을 불러 퇴사를 권하기도 했다.
입사 1년째가 될 무렵 고씨는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았다. 고씨는 “업무 과다와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요양 신청을 했지만 ‘공무와 무관한 발병’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이에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법원에 냈다.
법원도 고씨의 딱한 사연에 과로ㆍ스트레스와 신장질환의 인과관계를 따져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행정법원 민사5단독 김정욱 판사는 “고씨가 입사 전 이미 신장질환의 발병 내지 악화 요인 중 하나인 고혈압을 보유하고 있었고, 과로나 스트레스가 신장질환의 발병 내지 악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 의학적 소견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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