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에 처음 들어오는 당선자들은 '쇠고기와 촛불'이 상징하는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빈민층의 대모로 불리는 한나라당 강명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는 28일 "나라가 온통 쇠고기, 쇠고기 하지만 진짜 못 사는 사람들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라며 "그저 촛불시위에 나온 아이들이 다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손범규(경기 덕양갑) 당선자는 "국회의원 시작도 하기 전에 바보가 됐다. 6월에 등원하면 욕은 우리가 다 먹을 게 아니냐"고 답답해 했다.
초선의 예비 의원들에게 난국의 해법을 물었다. 키워드는 역시 '사회와의 소통'과 '정권의 겸손'이었다.
대통령이 시장으로 나서라
한나라당 김용태(서울 양천을)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자바오(溫家寶) 리더십'을 주문했다. 김 당선자는 "대지진 참사 현장에 뛰어들어 아픔을 직접 어루만진 원 중국 총리처럼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노동 현장으로, 시장으로 나가 국민에게 혼이 나고 사과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 대통령이 강조한 '소통'은 구중궁궐에 들어 앉은 채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진성호(서울 중랑을) 당선자도 "이 대통령이 언론에 등장하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합민주당 박선숙 비례대표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 하지 않고 그냥 겁만 먹고 있다"면서 "2002년 효순ㆍ미선양 촛불시위 때 '반미가 아니라 자존심 문제'라는 국민의 말을 정확히 듣고 미국에 전달,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 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식을 참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판 사간원 설치
한나라당 윤상현(인천 남을) 당선자는 "이 대통령이 먼저 미국산 소뼈로 끓인 설렁탕을 먹는 모습을 보여 주거나 국민과 끝장토론을 하는 등 행동하는 현장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범규 당선자는 "대통령과 여당 사이의 언로를 복원해야 하고, 특히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간원' 같은 기구를 만들어 날 것 그대로의 민심을 들어야 한다"면서"청와대가 오판을 할때 주류 인사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목숨을 걸고 옳은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신지호(서울 도봉갑)당선자도 "정권 중심부의 안이한 상황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로우, 슬로우!
한나라당 권영진(서울 노원을) 당선자는 "이 대통령이 '여의도식 정치'라고 불리는 구태 정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큰 방향은 좋지만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면서 "민주화시대엔 방향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쇠고기 파동도 정권이 사소한 과정 관리를 못해서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진성호 당선자는 "이 대통령이나 교수 출신의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는 무시하고 하고 정책,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국민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서 "이 대통령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니 오히려 공무원들의 자발성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장세환(전북 전주완산) 당선자는 "정치엔 앞에서 하는 정치와 뒤에서 하는 정치가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전자만 하다가 실패했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여야 간 밀실정치, 막후정치를 하자는 게 아니라 때로는 정치적 타협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당선자는 반대로 "총리 등 정권 고위 인사들이 돌을 맞는 한이 있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한미 쇠고기 협상 등에 대해 정공법으로 밀고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나성린 당선자는 "지금 좌파 반미단체의 목소리만 너무 커 여론의 불균형이 초래된 만큼 뉴라이트 등 보수 계열 시민단체들을 육성해 사회 한 쪽의 일방적 주장을 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문선 기자 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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