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박스에 기다란 사람 줄이 서 있었고,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 아랑곳않고 장시간 통화하는 이들 때문에 다툼도 잦았던, ‘전화카드 한 장’이 연인들에게 필수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서울 어느 곳에서, 긴급히 통화할 일은 있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근 30분이나 걸어 다닌 끝에 겨우 전화박스를 발견했다.
어찌나 기쁘던지 눈물이 다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전화박스 한쪽은 전화카드가 없으면 사용불가였고, 또 한 쪽은 동전을 꿀꺽꿀꺽 삼켜버렸다. (그러고 보니 전화카드 구경해 본지도 참 오래 되었다.) 또다시 20여분을 헤맨 뒤에 전화박스를 또 하나 찾았지만 이번엔 고장이었다. 휴대폰을 깜박 잊고 나오거나, 배터리가 나가거나, 남에게 휴대폰 빌리기를 청할 넉살이 없을 경우, 얼마나 고생하는지 확실히 배울 수 있었다.
우리 동네 전철역 반경에 딱 하나 남은 두 칸짜리 전화박스도 툭하면 ‘고장’이라는 종이 푯말을 달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세 번이나 위치가 바뀌었다. 옮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려니 하면서도, 전화박스가 구박덩이로 전락하여 헤매는 것 같아 안쓰럽다. 어쨌든 아직도 전화박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찾기 쉬운 곳에서, 고장이 안 난 채로 서 있기를!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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