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비만 비율이 15%를 넘어섰다. 어린이 비만은 성인 비만보다 건강에 훨씬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어린 나이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만이 가족 질병이라는 것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좋아하는 식단, 생활 태도, 습관이 그대로 어린이에게 전수된다.
따라서 비만 어린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부모 특히 어머니가 먼저 변해야 한다.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 교수로부터 ‘어린이 비만 퇴치를 위한 5가지 수칙’을 들어봤다.
5세부터 주의하라
어린이 비만은 판단하기가 어려워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체지방 증가와 성장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생후 첫 1년간은 지방세포의 부피가 증가하면서 몸무게가 늘어난다. 또 이후 5년은 살찌는 속도보다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오히려 체지방률은 감소한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달라진다.
몸무게가 키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가 지방세포 수가 늘기 때문이다. 성인 비만으로 연결되는 지방증 반동(adiposity rebound)이 시작되는 것이다.
청소년기 비만은 50~75%가 어른 때까지 계속된다. 특히 이때는 내장 비만이 시작돼 생활습관병의 조짐이 보인다. 다만 표준 몸무게의 102~130%인 경도 비만은 현재 몸무게만 유지해도 매년 5㎝ 가량 키가 자라므로 저절로 해결된다.
부모부터 먼저 변해야
어린이 비만의 원인 제공자는 부모다. 유전적 비만을 포함해 식습관, 활동량 부족으로 인한 비만도 전적으로 부모 책임이다. 영양에 대한 의식 없이 기름진 음식을 즐기거나, 칼로리 높은 패스트푸드에 자녀를 길들이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이 성적이 올랐다고 피자나 프라이드 치킨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사 주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부모는 대체로 비만에 너그럽다. 아이가 뚱뚱해도 키가 크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 스스로 신체 활동량이 적어 주말에는 피곤하다며 잠을 자거나 TV를 끼고 산다.
따라서 어린이 비만은 가족치료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자녀만 헬스장에 보내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어린이 비만 치료는 아이 혼자 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집안일을 돕게 하라
일상 생활에서 열량을 소비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활동량과 활동 강도를 높이는 것. 예컨대 몸무게 40㎏의 학생이 2시간 동안 누워서 TV로 축구경기를 보면 96㎉가 소모되지만, 열심히 응원하면서 시청하면 336㎉가 소모된다.
또 다른 한 가지는 TV 시청이나 컴퓨터게임 같은 비활동적인 행동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먹는 칼로리 높은 주전부리도 문제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칼로리 소모법이다. 문제는 공부에 방해될까봐, 또는 잔소리하는 것이 싫어서 아이를 비활동적으로 만드는 부모의 의식이다.
부모를 돕지 않고 자란 어린이는 자기 일 이외에는 전혀 하지 않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등ㆍ하교를 시켜주는 부모도 있다. 몸무게 40㎏의 청소년이 20분 거리의 학교를 걸어갈 때 소비하는 열량은 56㎉. 그러나 자동차로 가면 8㎉밖에 소비되지 않는다.
정크푸드를 멀리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동물성 지방 섭취 비율이 높다. 우리 국민의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에너지 구성비는 66%:15%:19%로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7~12세, 13~19세의 지방 구성비는 각 23%와 22%로 상대적으로 높다.
패스트푸드의 경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피자 42%, 햄버거 58%, 치킨 65% 수준. 반면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식단을 통해 얻는 지방 섭취 비율은 20% 이하다.
불가피하게 정크푸드를 먹는다면 청량음료보다 우유나 주스를 마신다. 콜라 한 캔에는 각설탕 9개 분량의 당분 30g이 들어 있다. 살찌지 않고, 영양가는 높으면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식품도 많다. 토마토는 90%가 수분이면서 카로틴과 비타민C가 풍부하다.
열량은 한 개에 40㎉. 미역도 100g당 22㎉로 저열량이면서 알긴산, 푸코이단 등 다당류가 많이 들어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요오드도 100g당 100㎎으로 풍부하다.
강압적 다이어트는 역효과
행동수정요법은 나쁜 습관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1단계로 식사일기를 쓰도록 한다. 자신이 먹은 음식의 종류, 양, 장소, 시간, 감정 상태 등을 써보면 비만 유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2단계는 음식에 노출될 기회를 줄이는 것이다. 음식은 주방에만 두고, 식사를 마치면 즉시 음식을 치운다.
3단계는 몸무게 조절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때 보상을 하는 것. 유의할 점은 몸무게 변화보다 행동 변화에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몸무게를 잰다거나 “절대로 먹으며 안 된다”고 하는 등 자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말은 삼가야 한다. 스트레스는 굶는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만들어 폭식증, 거식증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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