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때 이민 온 16세의 아프가니스탄 출신 독일 소녀가 친오빠에게 독일 함부르크 시내에서 처참하게 ‘명예 살해’ 되는 사건이 발생해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순결을 잃었거나 간통을 한 여자를 가문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명예 살인’ 하는 경우는 많지만 서방에서 명예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27일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서구문화로의 적응을 거부하는 폐쇄적인 이민자 집단과 이를 방치한 정부를 비판했다. 비극의 주인공 모살 오바이디(사진)는 15일 밤 7살 위의 오빠가 휘두른 칼에 함부르크 시내 한 주차장에서 무참히 살해됐다. 모살은 그날 밤 아버지와 오빠의 계속되는 폭력을 견디다 못해 베를린으로 도망가려 기차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모살의 아버지 굴람_모하메드 오바이디는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그-21 전투기를 조종하던 엘리트 장교이자 공산당원이었다. 하지만 무자헤딘의 공격으로 친 소련 정권이 붕괴되자 1992년 가족을 이끌고 독일로 망명했다. 그는 버스 운전사를 거쳐 현재는 중고 버스 판매점을 운영하며 근근히 살고 있다. 슈피겔은 “독일 이민 후 손상된 자존심 때문에 굴람_모하메드가 5명의 자녀와 아내에게 점점 더 권위적이 됐으며, 가족의 명예에 매달렸다”고 전했다.
함부르크에는 현재 2만여명의 아프간 이민이 살고 있지만 이들 사이에 교류가 거의 없다는 점이 오바이디 가족의 고립감을 가중시켰다. 독일의 아프간 이민사회는 78년 아프간 왕조가 붕괴하고 공산당 정부가 수립된 후 망명 온 왕당파들, 89년 탈레반에게 쫓겨난 공산주의자, 96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유입된 이슬람원리주의자 등이 뒤섞여 과거의 원수들이 마치 이웃집에 사는 형국이다.
굴람_모하메드 가정도 이런 복잡한 아프간 이민사회의 희생양이 됐다. 이번에 동생을 살해한 아마드(23)는 독일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13세 때부터 폭력ㆍ강도 등으로 경찰서를 끊임없이 들락거렸다. 살인이 벌어진 15일 당시에도 1년5개월 징역형이 확정된 후 잠시 형이 연기된 상태였다.
반면 여동생 모살은 학교에서 친구들간 다툼의 중재자로 이름을 날릴 만큼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서구 문화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났다. 이런 모살이 아버지와 오빠의 눈에는 “머리를 염색하고, 짧은 치마를 입는 가족의 수치”로 여겨졌다. 언니와 달리 자기주장이 강한 모살은 끊임없이 아버지와 오빠의 폭행에 시달렸다.
그에게 지역 청소년 보호센터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살인이 벌어지기 4일전인 11일 아버지와 오빠들의 구타로 이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또다시 청소년 보호센터 신세를 신 그는 이후 가출해 친구집을 전전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아버지의 강요로 아프간 친척집으로 보내져 전통 결혼을 강요 받았다가 ‘아버지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조건으로 올해 초 간신히 독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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