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 등 어린이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겨울 유행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물론,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특히 장(腸) 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 환자도 늘고 있다.
뇌수막염은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바이러스, 세균, 결핵균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생긴다. 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이 가장 많으며, 이 중 80%는 장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다.
특히 기온이 올라가면 장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늦봄부터 생기기 시작해 초가을까지 계속 늘어난다. 단순포진 바이러스, 수두, 볼거리 등도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초기 증상은 두통, 발열 등 감기와 흡사해 감염 여부를 알기가 쉽지 않다. 다른 점은 구역질이나 구토 따위의 소화기 이상 증세가 동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수막염 유행 시기에 열나고 토하면서 두통을 호소하면 이를 의심해봐야 한다.
두통은 대개 머리 앞쪽이나 머리 전체에서 나타나며, 복통이나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고 목이 뻣뻣해져 고개를 숙이기 어려워진다. 병이 급속히 진행되면 체온이 오르면서 행동 이상, 의식 장애, 경련 등의 신경계 증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진단은 뇌척수액 검사로 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은 열과 구토 등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요법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증상 악화를 막을 수는 있다. 세균에 의한 경우에는 항생제를 재빨리 투여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단순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도 치료제를 투여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뇌수막염을 옮기는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난 뒤 10일 정도 전염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므로 유행 시기에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상책이다.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어린이의 손발을 깨끗이 씻기고 양치질을 시켜야 한다.
물은 끓여 마시고 음식은 익혀 먹인다. 다른 바이러스 질환과 마찬가지로 전신영양 상태가 중요하므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휴식하게 한다.
예방 백신도 있지만, 접종했다고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 예방 접종은 생후 2개월~12세에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세균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만 억제할 뿐 다른 종류의 뇌수막염은 막지 못한다.
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혁 교수는 “뇌수막염은 원인균에 따라 다르지만 2세 미만의 어린이 중 일부에서 경련, 혼수 등의 급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적절한 예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