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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엄마·아빠 더는 싸우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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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성시대와 함께하는 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엄마·아빠 더는 싸우지 않게…"

입력
2008.05.2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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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꽃집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들과의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인만큼 꽃집으로서는 1년 중에서 가장 바쁜 달입니다. 특히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어머니’ ‘아버지’, 바로 어버이날이 있는 달입니다. 꽃집을 찾는 많은 효자ㆍ효녀들을 보면서 이 불경기에 그나마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며칠 전 모처럼 쉬는 일요일에 집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여보세요?” 꼬맹이 목소리였습니다. “꽃집이죠? 장미꽃 하나 사러 왔는데요. 여기 문 안 열어요?” 너무 애기 목소리여서 처음엔 아이가 장난치는 줄 알았습니다. 안 그래도 배달 나갈 상품도 만들어야 해서 내려갔더니 조그만 아이 둘이 가게문턱에 턱을 괴고 앉아 있더군요. 전 장미 한 송이나 사러 온 줄 알았어요. 그랬더니 “장미 만7천원 어치 주세요”라며 천원짜리 8장에 500원짜리 동전 4개, 그리고 100원짜리 동전 7개를 내밀더군요.

한눈에 봐도 저금통을 털어온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거 10,700원인데….” “아닌데요?” 1만7,000원이라고 우기는 아이들한테 하나씩 세어 보여주었더니 “아, 그러네요. 우리가 700원하고 7,000원을….” “근데, 꽃 누구 줄 거야? 선생님 드릴 거야?” “아니요.” “그럼?” “우리 엄마요.” 여동생이 얼른 대답합니다. “엄마 아빠, 줄 거에요.” “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구나”했더니 “아니요.” 오빠가 대답을 합니다. “엄마하고 아빠가 하두 싸워서 동생하고 저금통 털어서 장미꽃 사러 왔어요. 이제 싸우지 말라구요. 이 꽃을 엄마 아빠한테 드리면 안 싸울 거 같아서 동생하고 나하고 돈 모아서 왔어요.”

순간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장미 한 다발을 엄마 아빠한테 드리면서 “이 꽃 받고 이제 싸우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그 말을 듣는 그 엄마 아빠는 얼마나 부끄러울까. 이제 초등학교 1~2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전 정말 진한 감동을 받았답니다. 그 아이들의 집과 우리 가게는 한참 걸어야 하는 먼 거리인데 엄마 아빠를 위한 꽃을 사러 여기까지 내려온 겁니다.

꽃다발이 완성되어가는 걸 보고 동생이 그럽니다. “와, 이쁘다! 오빠는 가방도 있고 무거우니까 내가 들고 갈께.” 오빠는 “아니다. 괜찮다. 내가 들고 갈 거다.” 서로 실랑이하다 결국엔 동생이 울 것 같아 반반씩 들고 가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다투거나 안 싸울 수는 없지만 이렇게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않도록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부부가 싸울 때 아이들은 전쟁터에 나가 옆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 만큼이나 아주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정말 기특하고 예쁜 이 아이들의 마음을 그 부모님이 잘 헤아려 가정의 달 5월에 좀더 화목하고 사랑을 나누는 행복한 가정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부산 북구 금곡동 - 이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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