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8대 국회의 서전을 이끌 원내사령탑으로 각각 홍준표_원혜영 카드를 내놓았다. 특이한 것은 두 사람이 전형적 여야 원내대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보통 야당 원내대표는 강력한 공격수, 여당 원내대표는 능수능란한 수비수인데 두 사람은 완전히 반대다. 홍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카리스마로 유명한 데 비해 원 당선자는 덕장으로 꼽힌다.
때문에 당장 통합민주당 내에선 원 당선자가 홍 당선자에게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원내대표 협상은 자당의 요구안을 관철시키는 고도의 게임”이라며 “사람 좋은 원 당선자가 홍 당선자에게 말려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풀무원 최고경영자(CEO) 등 다양한 경륜이 돋보이는 원 당선자가 호락호락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당장 민주당의 정치 환경부터 격렬한 대치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18대 개원 후 ‘여대야소’의 원내지형 속에서 제1야당의 공간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초기 민주당의 원내전략은 강경 일변도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체성 마저 불분명한 민주당이 활로를 찾으려면 전선이 분명해져야 한다.
쇠고기 정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 산적한 현안 가운데 홍_원의 첫 대결은 원 구성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 당선자는 이날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민주당 몫으로 가져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4년 전 열린우리당이 152석이었고 지금 한나라당이 153석이다. 당시 우리는 절대과반 갖고 있었음에도 야당이 요구한 법사위원장을 양보했다”면서 “똑같은 기준이 똑같은 상황에서 적용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양보할 리 없다. 17대 국회 내내 법사위원장이 우리당에게 법안통과의 마지막 벽으로 작용했던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 등으로 원 구성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여당에겐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성격이 급하고 튀는 홍 당선자는 자기 꾀에 넘어갈 수 있다”며 “느긋한 원 당선자가 우직한 뚝심을 발휘해 오히려 압도할 것으로 본다”고 대여협상을 낙관했다.
한편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형님’ ‘아우님’으로 부르는 절친한 사이다. 1995년 꼬마민주당 시절 원 당선자가 ‘모래시계 검사’로 주가를 올리던 홍 당선자를 영입하기 위해 찾아간 것이 인연이 됐다. 재작년 홍 당선자가 ‘반값 아파트’ 법안을 제출하자 당시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었던 원 당선자가 이에 호응해 발의에 동참하기도 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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