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자유무역협정(FTA)이 안팎으로 암초에 걸렸다. 미국산 쇠고기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미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한ㆍ미 양국 모두 의회 비준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정부가 26일 개최한 한미FTA관계장관회의에서도 한ㆍ미FTA 연내 비준에 대한 비관적 목소리가 높았다.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한층 고조됐던 한미FTA 낙관론은 들어가고 내년 초 발효 목표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위기다.
우선 한미FTA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소집한 4월 임시국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광우병 논란에 휘말리면서 한미FTA는 뒷전으로 물러나버렸다. 여기에 유력한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한미FTA에 반대한 것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에 이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23일 조시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한미FTA는 결함이 있는 FTA이므로,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라”며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했다. 부시 미 행정부가 아무리 한미FTA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공개 반대한 만큼 대선 정국 속에서 미 의회가 한미FTA 이행법안을 처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후보의 발언이 없는 것보다는 한ㆍ미FTA의 미 의회 비준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정치일정을 모두 끝낸 우리가 먼저 통과시키면, 미국 측을 압박해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우리측이 먼저 한미FTA를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조차 미국의 연내 처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정치일정 상 한미FTA이행법안의 연내 처리에 대해 ‘불확실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 의회가 8월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에 처리하지 않으면 연내 처리는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콜롬비아FTA 법안 제출과 관련한 의회와 행정부의 대치 상황도 아직 풀리지 않아, 한미FTA 법안이 언제 의회에 제출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미국 측의 한미FTA 연내 비준이 불가능하게 됐다며 오바마의 서한을 비준동의안의 조속 처리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18대 국회로 넘겨 미 대선결과를 지켜보며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정치권에 한미FTA를 처리하도록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한ㆍ미 쇠고기 재협상이 필요하다며 마지막 임시국회도 거부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다가 미 유력 대선 후보의 반대라는 악재가 안팎에서 겹치면서, 한미FTA가 장기 표류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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