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 정책을 대치에서 화해로 바꾼 데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미국이 수행하는 국가간 외교 협상에서 차관보급이 주목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미국과 북한의 핵폐기 협상이 부시 정부 막바지의 최대 외교적 성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대북 정책을 180도 바꾸기까지는 힐 차관보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반인 2004년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소집한 대북정책 회의에서 “나를 보내면 협상을 이끌어내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대북 협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그는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닥칠 때마다 성실함과 끈기로 위기를 돌파했다. 2005년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가 터지면서 협상이 차질을 빚자 힐 차관보는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북한이 2006년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 대북 협상은 탄력을 받았다.
힐 차관보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에서도 숨은 역할을 했다. 그는 공연에 소극적이던 뉴욕필 관계자와 점식 식사를 함께 하면서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신은 뉴욕필의 평양 공연 현장에 북한 인사와 함께 참석하려 했지만 라이스 장관의 만류로 철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힐 차관보가 차관보 급으로는 드물게 부시 대통령과 종종 독대를 하고 있으며, 라이스 국무장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며 힐 차관보의 위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미 국무부의 일부 인사는 힐 차관보가 무조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양보만 한다며 그에게 ‘김정힐(Kim Jong Hill)’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에 대해 힐 차관보는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말꼬리를 흐린다”며 자신의 협상 방식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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