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상습 절도범 김모(39)씨가 살던 이 단지내 아파트에 들어선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형사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파트 거실과 방이 온통 고가의 수입 가구와 벽걸이형 TV, 명품 의류와 고급 골프채 등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 김씨와 동거녀 박모(32)씨가 사는 아파트는 호화로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이 아파트 단지에 주차돼 있던 이들의 승용차를 더 화려했다. 동거녀 박씨의 차는 김씨가 선물한 6,000만원 상당의 일제 렉서스 승용차였고, 김씨는 BMW를 몰고 다녔다. 주변 사람들은 룸살롱을 수시로 드나들며 골프를 즐기던 김씨를 잘 나가는 수출업체의 재무 담당 이사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과 7범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 절도범이었고, 사치생활의 바탕은 장물을 팔아 마련한 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06년 9월부터 총 49차례에 걸쳐 강남 일대 고급주택에 침입, 100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26일 김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서초ㆍ송파구 등지에서도 저지른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강남 일대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다 오후 시간에 전등이 꺼진 집만 골라 드라이버 등으로 창문 시건 장치를 부수고 침입해 금품을 훔쳤다. 김씨는 유명 MC A씨의 집에도 침입해 140여만원을 털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훔친 현금과 장물을 처분해 마련한 돈으로 동거녀에게 일제 렉서스 승용차를 사주고, 매달 500만∼1,000만원의 생활비를 줬다. 또 훔친 돈을 지인에게 빌려준 뒤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 소속 간부 명함을 갖고 다니며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수십억원을 물쓰듯 썼다.
김씨는 잠실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면서도 검거될 경우 생계형 범죄로 위장하기 위해 경기 구리시 토평동 다세대 주택에 속칭 ‘꿀림방’(숙소)을 마련해 놓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1년 넘게 함께 살아온 동거녀조차 매일 출근하는 그를 사업가로 알고 있을 정도로 김씨는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속였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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