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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등 史劇 30년 '미다스 손' 이병훈 PD "이제 왕이야기는 접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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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등 史劇 30년 '미다스 손' 이병훈 PD "이제 왕이야기는 접어야죠"

입력
2008.05.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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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MBC 월화 드라마 <이산> 의 촬영이 무산됐다. 3주 연속 3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을 향해 박차를 가하던 <이산> 의 이병훈(64) PD는 MBC와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한예조)의 출연료 갈등에 대해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출연자 대다수가 조합원들이기 때문에 작품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으로선 양측이 하루 빨리 합의를 보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병훈은 시청률과 작품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스타 사극 연출가로 유명하다. 1983년부터 무려 7년간 전통 사극 <조선왕조실록> 을 연출한 후 2000년대 들어 <허준> , <상도> , <대장금> 등 전 세대를 겨냥한 현대 사극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산> 은 전작 <대장금> 에 이어 최근 일본, 대만, 태국 등 해외 방송사와 방영계약을 맺는 등 한류열풍에도 동참하고 있다. 그를 만나 30년 사극 인생과 <이산> 막판 제작의 심경을 들어봤다.

- 20년 만에 왕 이야기로 돌아왔는데.

“너무 어렵고 힘들었어요. 20년 만이라 미리 계산도 많이 했는데, 실제 해보니까 준비하지 못한 게 더 많았어요. 왕 이야기는 실존 기록이 워낙 많아서 ‘엉터리다’ ‘역사왜곡 한다’는 비판이 많았어요. 그 동안 너무 쉽게 생각했나, 잘못 생각했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역시 석세스(성공) 스토리는 정점에 다다랐을 때 끝내야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조(이서진)가 임금 된 후 어떤 얘기로 드라마의 긴장을 유지할 것인가 미리 고려했어야 하는 건데 그걸 못했고. 그러다 보니 정조를 음해하는 정순왕후(김여진)도 후반 20회 동안 아무 역할도 안 하고 눈치 보는 역할만 하게 된 거예요.”

-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룬 천재 군주’라는 타이틀에 맞게 후반부에 정조의 업적을 부각시킬 수도 있었는데요.

“상당히 미흡했죠. 정조의 업적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드라마 구성이 굉장히 치열해야 해요. 신해통상, 수원 화성 축조, 관노비 철폐 등 잘 드러내보이려면 기막힌 에피소드를 만들어서 시청자의 눈과 귀에 싹 들어와야 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실패한 부분이죠.

사실 왕의 업적을 재미있게 그린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왕의 업적이 드라마의 재미와 비례하진 않거든요. 다수의 시청자들이 경제나 과학 정책을 딱딱하고 재미없게 생각하기도 해요. <서동요> 를 했을 때 과학 얘기를 하니까 시청자들이 안 봤거든.”

- 그래도 시청률만큼은 큰 성과가 있었죠. 30년 동안 ‘1등 사극’을 만든 비결은 뭘까요.

“10년 전 방송국 간부로 있다가 드라마 제작 현장에 복귀할 때 의대에 다니던 딸(31)이 충격적인 말을 했어요. ‘또 사극이냐’면서 자기 친구들은 재미없고 칙칙한 사극 아무도 안 본다고.

그때 나온 게 <허준> 이예요. 젊은 애들은 대사나 행동, 스토리 전개가 빠르지 않으면 속 터져 하고, 화면도 칙칙하면 싫어하거든. 기존의 전통 사극은 흰색 갈색 검은색이었는데 <허준> 때 처음으로 전 연기자에게 40가지 파스텔톤 의상을 입혔고, 음악이나 사극 용어도 현대적으로 다 바꿨어요.”

- 그 동안 제작환경도 많이 바뀌었죠.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배우 섭외예요. 요새는 일부 톱스타의 출연료가 워낙 고가라서 감당을 못해요. 캐스팅 하다가 힘이 다 빠지고 진이 빠지고.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일본도 연출가의 2, 3배 정도를 받는데, 우린 10배 넘게 받거든요. 한국 드라마 발전에 역효과를 가져올 거예요.”

- <대장금> 에 이어 이번 드라마도 한류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제 작품만이 아니라 한국 드라마가 한류를 이끌죠. 한류는 스타가 아니라 스토리 파워로 이어가요. 중국 드라마는 대사나 스토리 전개가 늘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우리는 굉장히 강렬하고 치열해요. 작가들이 자꾸 출생의 비밀, 시한부 인생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쓰는 게 강한 스토리를 추구하니까 그래요.”

- 다음 작품도 왕을 다루나요.

“이제 임금 얘긴 그만 하려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후후). 어떤 작품을 하든 원칙은 있어요. 현실에 시사점이 있을 것. 정조 임금은 노론벽파 등 정치적 반대세력을 포용하고 받아들였고, 관노비 철폐 등으로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이게 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이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이거든. 한 작품만 더 하고 은퇴할까 해요. 내가 많이 다쳤어요. <대장금> 때 어깨가 부러지고, <서동요> 때 이마가 깨지고, 이번엔 눈 밑이 찢어졌는데 집사람이 ‘그러다 길거리서 객사하겠다’고 하도 말려서 그렇게 약속을 했거든요.”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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