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장내는 술렁거렸다.
당초 이승국(62) 한국체대 총장과 김정행(65) 용인대 총장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연택(72) 전 체육회장이 가장 많은 26표를 얻었다. 이 총장과 김 총장은 각각 16표와 9표를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연택 전 회장도 재적 대의원 53명의 과반(27명)에 단 1표가 모자라 차점자인 이 총장과 결선 투표를 벌여야 했다. 이미 1차 투표에서 대세를 확인한 이 전 회장은 결선 투표에서 7표를 더 얻어 총 33표로 19표에 그친 이 총장을 가볍게 물리치고 최종 승자가 됐다.
이연택 전 회장이 2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36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경쟁자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리고 3년 만에 체육계 수장에 복귀했다. 지난 89년 체육회장 선거가 도입된 이후 재선에 성공한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이로써 이 신임 회장은 김정길 35대 회장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대한체육회장에 올라 내년 2월까지 한국 스포츠를 이끌게 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김운용 전 회장의 중도 사퇴 후 치러진 34대 회장 선거에서 김정행 총장과 결선 투표를 벌인 끝에 당선됐다.
그러나 2005년 35대 회장 선거과정에서 토지를 헐값에 매입한 혐의가 불거져 김정길 전 회장에게 패한 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실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 1월1일 사면을 받은 이 회장은 최고위 관료 출신으로서 풍부한 행정경험과 체육회장 재임 당시 구축해 놓은 인맥을 십분 살려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또 차기에 도전하지 않고 남은 9개월간 베이징올림픽 준비와 체육계 구조조정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약으로 대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정행 총장과 이승국 총장은 저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표심에 호소했지만 각각 유도계와 태권도계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라는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88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차장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2002한일월드컵 공동조직위원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이연택 회장은 당선 후 인터뷰에서 “남은 9개월이 9년이라는 생각으로 한국 체육의 선진화 기틀을 마련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온몸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체육계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원래 주인인 체육회에 넘겨주는 게 맞다”며 강력한 통합의사를 밝혔지만 당초 주장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반대 방침에 대해서는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승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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