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코트 프레싱(전면 압박)을 해 달라”
2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계장관회의에서 한승수 총리가 당부한 말이다.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 회기 내에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직ㆍ간접 수단을 동원한 총력전을 전개해 달라는 뜻이다.
한나라당 단독 소집으로 26일부터 나흘 간의 잡혀 있는 임시국회에서 FTA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9개 부처 수장들이 참석했다.
정부가 이처럼 쫓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18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처음부터 비준안 처리를 위한 국회 절차를 새로 시작해야 해 얼마나 지연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은 의회 일정상 회기종료일인 9월 26일 이후에는 실질적 심의나 의결이 어렵다.
특히 미 의회는 회기종료일 이후에는 11월 4일 개최될 대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 국회의 조기비준을 통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내 미측의 비준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압박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양국 의회의 비준 동의 지연으로 1년 간 지체될 경우 15조여원의 기회비용이 날아간다는 금전적 손실도 제시했다.
이러한 일정에다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바로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한 버럭 오바마 상원의원이 최근 부시 대통령에게 “매우 결함 있는 FTA라고 믿는다”면서 FTA 비준안을 의회에 내지 말도록 편지를 보낸 것이다. 비록 공화ㆍ민주 양당 후보 중 누가 될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오바마 후보의 FTA 반대서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날 관계부처회의에서도 오바마 후보의 입장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배경, 향후의 영향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 민주당이 야당인 점을 감안하면 예견된 일”이라며 “그렇다고 특별히 대책을 논의한 것은 없고 적절치도 않다”고 말했다. 사실 지지세력을 겨냥한 미 야당후보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우리 측이 뚜렷이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러니 정부로서는 더욱 우리 측의 비준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한 총리는 “FTA는 정치이념에 상관없이 지난 정부에서 끝낸 것이고 또 이를 완성하는 것은 정권을 초월한 과제”라며 야 3당을 압박했지만 임시국회는 야3당의 반대로 소집과 동시에 공전 상태라 정부의 ‘올 코트 프레싱’이 얼마나 통할지도 미지수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