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이념과 정책 면에서 우향우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과거보다 한 클릭 오른쪽으로 당의 좌표를 움직여 중도 성향 유권자를 잡겠다는 뜻이지만 이는 결국 개혁 성향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18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의 화두는 중도였다. 민주당은 정책위 공식 문서를 통해 17대 대선 패배 원인 1번으로 ‘참여정부의 진보적 실험에 대한 심판’을 꼽고 극복 방안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창조적 제3의 길’을 내세웠다.
또 향후 과제로 ▦과거의 낡은 진보와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 모두를 극복할 새로운 정책방향 설정 ▦정책의 주안점을 복지국가에서 행복국가(well-being state)로 업그레이드 등을 제시했다. 성장과 복지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자는 얘기였지만 사실상 복지 중시 정책을 포기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4선의 문희상 의원도 기조 강연에서 “민주화의 피땀 어린 노력은 인정하되 과거의 기억으로 묻고 21세기 선진경제 한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말 없는 중도의 힘이 더 크고 대한민국 발전에 더 필요한 세력이니 이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대표는 인사말에서 “참여정부에서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우리가 왜 지금 비준하지 못했는지, 우리는 어떤 책임 있는 자세를 취했는지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 대책 마련 후 비준 동의’라는 당론을 재확인했지만 당에는 손 대표를 비롯한 FTA 비준론자도 많은 어지러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18대 총선에서 8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출마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중도,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이 당내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
이날 워크숍도 우경화한 현재의 당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듯 했다. 토의는 당의 진로와 정체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보다는 친목 다지기 위주였다. 한 재선 의원은 “각종 정책에서 진보적 입장을 취하자, 명분에 집착하지 말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논쟁은 없었다”며 “17대 우리당 워크숍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워크숍 말미에 촛불시위 참여 시민 연행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의원 5명이 서울 수서경찰서를 방문한 것도 당 지도부가 아닌 일부 의원의 문제제기로 가능했다. 한 당선자는 “국민의 정부 이후 10년 동안 남북관계, 정치개혁, IMF 위기 극복에서 성과를 이룬 것은 개혁정책 덕분인데 당이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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