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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평범한 것이 때로는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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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평범한 것이 때로는 더 특별하다

입력
2008.05.2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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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내 마음 속의 1위라는 말이 훈훈함을 전하려 한다. 세상사에서는 아무리 순위가 낮아도 내 마음 속에서는 1위이니 안심하라는 뜻일 테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내 마음 속에서마저도 순위를 매겨야 한단 말이던가?

요즘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위와 기록 경신 속에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 특히 매일 오르내리는 포탈사이트에서의 검색 순위는 인기의 척도 혹은 관심의 대상이라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유명인들은 자신들의 검색 순위에 무척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계에서도 새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순위와 기록경신에 주목한다. 역시나 같은 이유에서이다. 순위나 기록경신을 맹신하는 건 아닐지라도 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영화 최다 관객 기록경신, 외화 중 최고 기록경신, 개봉 첫 날 기록경신, 개봉 일주일만의 관객동원 기록경신, 예매 순위 1위, 첫 날 관객 동원 1위, 주말 관객동원 1위, 2008년 상반기 1위… 등등.

이런 순위나 기록을 자꾸만 내세우는 건 대단한 영화, 재미있는 영화로 인식되는 데 좀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기록을 깰 만큼, 1위를 할 만큼, 뭔가가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어떤 기록이든지 경신했다는 것을 찾아내 1위에 올랐다는 것을 알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사실 그런 순위와 기록만으로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를 보장하고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수치라는 객관성을 가지고 관객들의 다양한 주관을 충족시키는 것이 1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운동경기에서 기록을 깨고 1위에 오르는 선수를 완벽하다고 단정할 수 없듯이, 검색 순위 1위에 오른 영화가 더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주장할 수 없듯이 말이다.

기록은 말 그대로 기록일 뿐이다. 언제 뒤바뀔지 모르는 게 순위다. 좋은 것, 훌륭한 것을 구분하는 기준도 척도도 아니다. 못 믿을 게 기록이요, 순위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은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만, 우린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기록을 깨려 하고 1위를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기록을 그냥 기록으로 남겨도 좋고 1등을 하지 않아도 만족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야망도 꿈도 없는 현실 안주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들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요즘 엄마 친구 아들, 엄마 친구 딸을 뜻하는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말이 유행이란다. “엄마 친구 아들은 반에서 1등 했다더라”는 말로 은근 비교하는 부모의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말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이다.

엄친아가 1등 했다고 나 역시 1등을 하란 법은 없다. 2등은 기억하지 않는, 1등만을 기억하는 경쟁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분발해야 한다는 말도 옛말이다. 요즘은 개성 넘치는 2인자가 더 대접받는 세상이다.

최근 서울대에서 3명의 후보 중 투표를 거쳐 2등한 학생을 ‘가장 평범한 서울대생(일명 스누 스탠더드)’으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예쁘고 잘난 사람이 아닌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고자 하는 취지에서란다. 1등이 대단하긴 해도 나랑 비슷할 때 더욱 살갑고 정이 가는 것이 당연한 일. 평범한 것이 때론 더 특별하다.

채윤희 여성영화인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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