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임기 막바지까지 임시국회 개의 문제로 시끄럽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단일의제로 나흘짜리 초미니 임시국회를 열자는 입장이지만,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쇠고기 문제에 집중하며 장외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다.
여야는 25일 임시국회 소집에 확연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17대 국회의 최대업적이 될 한미FTA 비준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민주당은 상임위와 본회의 개최에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6일부터 17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29일까지 나흘간 임시국회를 열어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국민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데 한나라당이 이를 무시한 채 한미FTA 비준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은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의 입장도 같다. 미니 임시국회 소집에 야권이 응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법적으로는 임시국회가 소집되겠지만, 한미FTA 비준안의 소관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나 본회의가 개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는 초미니 임시국회 소집 여부를 두고 상호 비난전만 펼치다가 17대 국회 임기를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처럼 임시국회 소집 여부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한미FTA 비준안 처리에 대해 서로 다른 전략적 판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대권주자인 민주당 오바마 상원의원이 한미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은 게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바마가) 선거 전략상 그러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부시 대통령이 미 의회에 대선 전 통과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보조를 맞춰 한국이 빨리 통과시키는 게 양국 이익에 좋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FTA 협상의 운명이 결정될 텐데 조기에 비준했다가는 (FTA 재협상 과정에서) 백지수표를 내줄 수 있다”면서 “임기 6개월 남은 부시 정부에게 쇠고기를 내주고 새 정부에는 한국시장을 통째로 내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전부터 이 같은 시각 차이가 분명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는 비준안 처리에 대한 의지라기보다는 정치적 명분 쌓기의 성격이 짙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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