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짓는 쌀 개량에 실패한 결과, 세계 최초의 양조용 쌀이 탄생했다. 전화위복 된 설갱미(雪粳米) 이야기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수화)과 국순당(사장 배중호)은 25일 전통주의 품질 향상 및 규격화를 위해 설갱미를 공동 개발, 올해부터 11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국순당 주요 생산제품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설갱미는 원래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에서 2001년부터 일품벼의 가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품질 개량을 시도한 끝에 탄생했지만, 밥짓는 쌀로는 적합치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외관은 찹쌀처럼 뽀얗고 불투명한 멥쌀로 향이 뛰어난 반면, 공극(미세한 구멍)이 많아 쉽게 부스러지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술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며 일반 멥쌀에 비해 쌀을 불리는 시간이 짧고 발효 효율이 높아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 등 양조용으로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이에 농업진흥청과 공동연구를 해온 국순당이 지난해 테스팅 상품을 출시, 좋은 반응을 얻자 올해부터 주요 제품에 설갱미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국순당은 “올해 충청과 경북 지역 110여 농가와 설갱미 재배계약을 맺어 연간 2,500톤의 안정적인 원료 수급망을 갖췄다”면서 “담백하고 깔끔한 한국 대표 전통주를 만드는 데 설갱미 개발이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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