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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 "뛰어" 20년 만에 소총 든 연대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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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 "뛰어" 20년 만에 소총 든 연대장님들

입력
2008.05.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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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와 홍천에 걸쳐 있는 1억1,800㎡ 규모의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적군(대항군)과 아군(훈련부대) 간의 실전 같은 전투훈련이 1년 내내 벌어지는 곳이다. 2005년 9월 대대급 훈련장을 만든 이래 지금까지 54개 대대가 이곳에서 전투를 치렀다. 22일, 조금 특별한 훈련부대가 이곳을 찾았다.

14:00

훈련부대원 2명의 팔뚝 상단에 부착된 감지기에서 ‘삐삐’ 소리가 울린다. 대항군이 발사한 포탄이 근처에 떨어졌다. 1명 사망, 1명 중상. 총을 쏴도 더 이상 발사되지 않는다. 전투 개시 1분 만의 일이었다.

“어서 오란 말이야, 왜 안 와.” 앞서가던 훈련부대원이 답답한 듯 뒤를 향해 소리친다. 하지만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란 건 그도 잘 안다. 분대(12명) 규모인 훈련부대의 목표는 400m 전방의 적 진지 탈환이다.

은폐물이 곳곳에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활지다. 넷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적군은 흡사 유령처럼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총알 세례를 퍼붓는다. 벌써 여럿이 그렇게 당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쏘는 거야.”

전투 개시와 함께 자신 만만하게 전진하던 분대원들은 은폐물에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만만히 볼 게 아니다. 기동 자세는 점점 낮아지고, 속도는 빨라졌다. 총소리가 나면 몸을 던져 엎드리는 일도 이제 실전을 방불케 한다.

“저기 보인다. 깃발 아래 나무 옆. 저 놈은 내가 잡는다.” 적 진지가 눈 앞에 다가올 정도로 다가섰지만 아쉽게도 지급된 총탄이 다 떨어졌다. “미치겠네. 누구 좀 쏴 봐. 저기 저기.” 벌겋게 달아오른 상기된 얼굴로 분한 듯 소리를 질러댄다.

“훈련부대 전원 사망ㆍ중상. 훈련 종료합니다.” 전투 개시 20분이 채 되지 않았다. 훈련장을 빠져나온 분대원들이 전투헬멧을 벗었다. 40대 중ㆍ후반의 아저씨들이다. “연대장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대령 및 대령 진급 예정자들로 구성된 훈련부대. 분대급이긴 하지만 KCTC 창설 이래 가장 높은 끗발의 부대다. “쉽게 이길 것이란 생각은 안 했지만 허탈하고, 적개심도 생기더군요. 잠들어 있던 군인의 본능을 깨워준 것 같습니다.”(현홍식 대령)

12:30

그로부터 1시간여 전. KCTC 통제본부 앞 공터가 잡담과 웃음소리로 소란스럽다. 곧 연대장으로 부임할 대령 수 십 명이 떴다. 전투훈련에 사용되는 첨단 마일즈(MILESㆍ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장비와 개인화기(K-2)를 지급받자 신기한 듯 이리저리 둘러본다.

“어이, 김 상병. 이게 그러니깐 총을 쏘면 레이저가 나가는 거라고?” “네, 연대장님.” 공포탄을 넣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구 앞쪽에서 레이저빔이 발사되는 장비다. 상대방 몸에 달린 감지기(센서)가 어느 부위에 총을 맞았는지에 따라 사망, 중상, 경상을 표시한다. 중상은 2시간 이내에 치료를 못 받으면 사망하고, 경상은 10분이 지나면 다시 총을 쏠 수 있다.

“이거 꽤 무겁네. 소총 들어본 지 20년이 다 됐으니….” “거기 일병, 이거 소총 멜빵 끈 조절 좀 해줘.” 진짜 탱크도 등장하고 포탄 공격이나 공중 지원, 지뢰, 생화학전 등도 실전처럼 연출된다. 시범과 함께 설명을 듣는 연대장들이 새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마냥 들뜬 표정들이다.

“어이, 분대장도 뽑으란다. 김 대령이 할래?” 연대장 48명은 12명 씩 4개 조로 나뉘어 대항군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 “에이, 사격과 기동인데, 육군이 해야지.” 연대장들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마치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여유를 부릴 수 있었던 건 이 순간까지였다.

16:00

다시 전투훈련체험장. 1조와 2조의 ‘처참한’ 패배를 가까이서 지켜본 3조와 4조가 연이어 고지 탈환에 성공했다. 대항군 진지의 빨간 깃발을 내리고 태극기를 날리는 연대장들의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린다.

KCTC 이성복 계획지원부장(대령)은 “야전 부대를 훈련시킬 지휘관들이 실전 같은 체험을 통해 전투의 어려움을 몸소 느끼게 함으로써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연대장들은 주간 전투에 이어 이날 밤 야간 전투에도 참여했다. KCTC는 이날 시작된 연대장반 체험 1기 과정에 이어 11월까지 연대장ㆍ대대장 보직 예정자, 보병 상사 진급자를 대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KCTCㆍKorea Combat Training Center)

훈련부대 1개 대대가 12일 일정으로 입소해 해발 700~1000m의 산악지대에서 전문 대항군 1개 대대와 맞붙는다. 훈련부대는 한 차례 방어와 두 차례 공격을 하며, 한 번의 전투는 2박 3일 주ㆍ야간으로 이어진다. 전문 대항군은 지형지물을 꿰뚫는 데다 풍부한 전투 경험 탓에 지금껏 특전사와 해병대를 포함해 어느 훈련부대에게도 임무 완수를 허락하지 않았다. 전투에서 패배한 지휘관은 거의 예외 없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실전 같은 훈련 효과를 낸다는 게 KCTC의 설명이다. 2014년까지 여단급 훈련장으로 확충된다.

인제ㆍ홍천=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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